기존 순환출자 규제 등 각론과 우선 순위에서 달라…"내용보다 브랜드 차이" 평가도
원내 제1,2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재벌 규제 입법 경쟁이 뜨겁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를, 국민의당은 공정성장을 앞세우고 있다. 총론에선 유사하지만 각론에선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 하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김 전 대표를 이은 추미애 대표도 경제민주화 기조를 이어받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창당 전부터 주장해온 공정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채이배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 법안 마련에 한창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공정성장론을 두고 김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간의 신경전도 있었지만 야권의 총선 승리 후 잠잠해진 모양새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실질적으로 두 당의 정책이 큰 틀에서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브랜드 차이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각론으로 들어갈 경우 대기업 정책에선 규제 강화라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 일부 법안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방향성에선 같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에선 입장이 같다.
다만 우선순위 정책에선 다소 입장이 다르다. 더민주는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규제를 경제민주화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3년 내 해소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선 이에 적극적이지 않다.
순환출자는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결과적으로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구조를 말한다. 재벌 총수일가가 그룹 지배력 유지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8개 대기업집단이 총 94개를 보유한 상황이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 해소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최운열 더민주 의원은 "재벌·대기업의 특권과 반칙 행태 해소 그리고 적은 지분으로 그룹 및 계열사를 지배하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서 기존 순환출자도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재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그동안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총수일가 지분을 낮추거나 회사 분할 등을 통해 대기업들은 규제를 교묘히 피해갔다.
국민의당의 일감몰아주기 종합대책은 규제대상 기업을 상장과 비상장 모두 총수일가 지분 20%로 단일화하도록 했다. 또 지분 계산 시 직접 지분 외에도 간접 지분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현행 법에 규정한 예외규정을 대폭 축소하도록 했다. 아울러 과세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표발의자인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규제 입법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일감몰아주기 현황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재의 규제를 대폭 손질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민주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중점 입법 과제로 선정해둔 상황이다.
유사 법안에 대해서도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총수일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대기업 입장에선 국민의당 안이 더민주 안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만큼 규제가 더 심한 것이다.
우선 다중대표소송제 적용 대상이 더민주 안의 경우 지분율 50% 이상의 모자회사이지만 국민의당 안은 지분율 30% 이상으로 훨씬 포괄적이다. 이밖에도 다중장부열람권 보장, 집중투표제 강제장치, 다중장부 열람권 허용 등에서도 소수 주주에 더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더민주가 최고세율을 감세 이전과 같은 25%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당은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한 실효세율 인상이 먼저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