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수가 최저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동양매직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유명 대기업을 포함해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 등 7곳이 동양매직 본실사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강화와 다각화를 노리고 있는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등에 업고 유력한 인수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CJ,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등 대기업과 AJ네트웍스-스탠다드차타드PE, 유니드 등 전략적투자자(SI), CVC캐피탈,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동양매직 본실사를 진행 중이다. 굵직한 대기업들이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양매직을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거 동양그룹 계열사였던 동양매직은 2014년 7월 NH-글랜우드PE 컨소시엄에 약 28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실적이 회복되면서 매각 가능성이 언급돼 왔다. 지난해 동양매직은 연결 기준 매출 3903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은 NH-글랜우드PE에 인수되기 전인 2013년 2950억원에서 인수 후인 2014년 3544억원, 2015년 3903억원까지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221억원에서 지난해 292억원으로 상승했다.
동양매직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매각가는 당시 인수가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자금력이 바탕이 되는 CJ,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등 대기업이 동양매직 유력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매직의 주요 사업인 가전 렌털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대기업 인수 후보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현대백화점과 함께 인수전에 나선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렌털 사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현대백화점그룹이 2012년 인수한 가구업체 리바트를 이용해 빌트인 가구·가전 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동양매직 국내 빌트인 시장 내 점유율은 지난해 43%로 업계에서 수위권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6월 30일 기준 유동자산만 1조212억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으로 기업의 현금 동원 능력이나 지불 능력의 기준이 된다. 현대홈쇼핑 역시 유동자산만 9532억원에 이른다. 다만 유동자산 중에서 현금성 자산보다는 매출 채권, 단기금융 상품 비중이 높다는 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보수적인 M&A 성향과 맞물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동양매직이 처음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NH-글랜우드PE보다 적은 금액을 적어내 인수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SK네트웍스와 CJ 역시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손꼽힌다. 면세점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네트웍스는 기존 차량 렌털 사업에서 가전 렌털 사업으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미 2012년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인수전에서 숏리스트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과 막판까지 경합하는 등 렌털 사업 확장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더구나 올해 반기말 기준 1조1633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으로 현금 동원 능력 면에선 SK네트웍스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그룹 역시 동양매직 인수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CJ그룹 주력 사업 대부분이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전 분야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동양매직 인수가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홈쇼핑 등 기존 유통망과의 시너지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CJ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여기에 그룹 차원에서 자금 동원도 가능해 자금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기업들이 동양매직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인수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생활가전을 포함한 국내 가정용품 렌탈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로 향후 고성장 지속이 전망된다”며 “동양매직 인수가는 최저 6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