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유동성 확대 전망…코스피 연중 최고치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국내 증시를 비록한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고용지표 부진에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당분간 유동성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미국 8월 고용지표가 해석의 여지를 남기면서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준 부의장은 미국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에 근접한 점을 들어 기준금리 인상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 사진=뉴스1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국내 증시를 비록한 아시아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고용지표 부진에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당분간 유동성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달에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 회의,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5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1.77포인트(1.07%) 오른 2060.08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연중 최고점은 지난달 16일 장중에 기록한 2063.09다. 코스피는 지난달 12일 2050선을 넘으며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기업 구조조정 이슈 등에 불안감을 느끼며 관망세를 보였다. 

코스닥도 동반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거래일 대비 2.58포인트(0.38%) 상승한 679.4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으로 일단 시장에서는 미국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 뿐 아니라 일본과 홍콩, 대만,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날 주요 지수가 상승했다.

최근 주요국 증시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들의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에 경계감을 보였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가늠할 주요 지표로 여겨지던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8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에서 신규고용자수는 15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18만명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4.9%, 시간당 임금은 전월대비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실업률, 낮은 수준 유지…기준금리 인상 해석 여지 남아

신규고용자수만 두고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또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해석이다. 실업률이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돼서다. 실업률 4.9%는 미국 연준이 자신감을 가질 만큼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의 물가와 고용수준이 목표에 근접했다"며 "미국 실업률은 4% 후반대로 자연실업률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실업률 및 소비자 물가상승률 추이 / 그래프=한화투자증권

 


자연실업률은 밀턴 프리드먼이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완정고용상태에서 물가상승률을 현재수준으로 안정시키는 수준의 실업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실업률 4%면 완전고용 수준으로 해석된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을 비롯해 최근 연준위원들의 발언에서는 일정 수준의 실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7만5000명에서 15만명의 신규 고용을 기준치(가이던스)로 제시했다"며 "8월 신규고용자수 15만1000명은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12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어서다. 고용지표와 함께 금리인상을 가늠할 또 다른 지표로 여겨지는 물가상승률 지표 역시 목표치인 2%에 미달하고 있다. 따라서 연준으로서는 9월에 금리인상 신호를 보이고 12월 정도에 인상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 주요국 유동성 확대 전망…"9월 주요국 통화정책 이벤트 후 뚜렷한 자금흐름이 드러날 것​"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9월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 증시는 일단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당분간 시장에 유동성이 충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 FOMC 외에도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오는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양쪽 모두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경제에 필요하다면 (추가완화를) 주저해서는 안된다"며 "양과 질, 금리 등의 차원에서의 완화 확대는 아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럽 역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완화 조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7월 의사록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9월 추가 부양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 진행한 서베이에 따르면 9월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은 80%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이어갈 경우 국내 증시도 당분간 유동성이 위축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주요국 유동성 증가에 원화 가치 상승 우려로 우리 증시의 지속적 상승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 발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장은 관망세가 짙은 양상을 보였다"며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 미국 FOMC 등 9월 중 예정된 이벤트들을 거치면서 좀더 뚜렷한 자금흐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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