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4일 대응방안 점검 대책회의 개최…해운업계 “예고된 파장인데 이제와 비상이라니”
정부가 4일 국내 항만에 기항하는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하역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비상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운업계 관계자들이 '늦장대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파에 대한 우려가 나왔음에도 정부가 이제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주장이다.
정부는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부·고용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관세청·중소기업청 등 9개 부처가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해운·항만·수출입 부문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였다.
해수부는 당초 계획대로 한진해운이 운항하던 노선에 현대상선 대체 선박을 투입하는 한편 국적 선사들의 기존 운항노선 중 일부 기항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또 국내 항만에 기항하는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하역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비상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해운 선박은 부산항과 인천항 등지에서 대금 체불 등을 이유로 일부 하역 관련 업체들이 작업을 거부해 입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해외 항만별로 재외공관과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현지대응팀을 구성, 한진해운 선박이 조속히 입항해 화물을 하역하도록 상대국 정부, 터미널 등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관세청은 24시간 비상 체계를 운영하면서 수출입 화물에 대한 통관 절차 간소화, 하선 물품의 반입 기간·보세구역 반출 연장 등의 지원 대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협력업체 대상 금융상담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고 협력업체와 주거래 은행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업체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본점에는 특별대응반과 현장반 등을 설치해 한진해운의 협력업체와 중소화주를 지원한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태가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수출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응해나갈 계획"이라며 "업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유기적으로 공조해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해운·물류업계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화주 등을 위해 한진해운의 책임 있는 자세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한진해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해운업계와 부산항만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예고된 한진해운 사태 여파에 대해 ‘비상’ 등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해운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결정했다지만, 이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에서 충분한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다. 이미 충분한 경고 사인이 나왔었는데 이제와 긴급회의 등을 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진해운 피해여파를 수습하는데 들이는 유무형 비용이, 당초 한진해운 회생에 필요한 지원금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회생절차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법정관리 소식이 전 세계에 퍼졌다. 회복이 힘든 게 사실"이라며 "정치권이 이제와 비상대책 운운하며 온갖 외교적 수단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면 ‘저럴 거면 지원결정이 낫지 않았나’ 싶긴 하다. 시간과 유무형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