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 정책…민간 수요 진작으로 이어져야
고령화∙저성장 구조가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은 6년 연속 세계 경쟁률 평균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 탈출을 위해 공공부문 지출 확대, 민간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1년 4.2%, 2012년 3.5%, 2013년 3.3%, 2014년 3.4%, 지난해엔 3.1%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지난해엔 2.6%였다.
IMF는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성장 속도는 지난해 0.5%포인트 차이에서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21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9%, 한국 경제성장률은 3.0%로 추정했다. 0.9%포인트로 격차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경제발전 단계가 높은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중진국임에도 경제 성장의 노쇠화가 빠르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8일 “우리 경제는 저성장∙저물가 지속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 가계부채 누증 등 적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불황의 원인은 장기간 경기 회복 지연과 성장 견인 부문 부재에 따른 소득 환류 단절, 소비 및 투자 심리 악화 등이 꼽힌다. 소득 환류 단절은 기업 실적 부진이 가계 소득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시장수요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되는 일련의 악순환 과정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성장 기여도가 급감하는 가운데 내수 부문이 경제성장률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출의 기여도가 절대적이었지만 최근엔 내수가 경제 성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들어 내수와 수출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각각 3.8%포인트, -0.5%포인트로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잠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가 부가가치에 기여하는 비중은 2013년 1분기 70.7%에서 올해 2분기 71.8%로 높아졌다.
최근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투자에 대한 기여도를 상회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014~2015년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분기평균 1.7%포인트로, 소비(1.5%포인트)를 상회했지만 올해 2분기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1%포인트로 투자 기여도(1.7%포인트)보다 높았다.
불황이 장기화되며 민간 부문 자생력도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발표한 민간 부문 경제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2001~2008년 분기 평균 3.9%포인트에서 2011~2015년 2.5%포인트로 하락했다. 경기가 불황 국면에 들어설 경우 정부는 지출 확대 및 감세 정책을 통해 민간수요 침체를 보완한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민간 부문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해 전체 경제성장률(2.8%)과 1%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공공 수요 확대가 민간 부문 수요를 진작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공공 부문의 경기 안정화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난해 실제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에 그쳤을 것이란 부정적 시선도 높다. 공공 부문이 경제 성장을 일부 견인했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 감세 정책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 정부 지출의 후방연쇄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공공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더 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물 경제보다 풍부한 유동성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경제 성장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대내외 수요 정체로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고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시중에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 이런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실물 경제의 건전한 회복에 있다. 하지만 유동성 증가율이 실물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지르고 있고, 신용 확대 속도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은은 2012년 이후 4년 동안 총 8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에서 1.25%로 2%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 경제의 성장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지출액 규모는 2011년 304조4000억원에서 올해 395조5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부채 부담 수준을 나타내는 가계신용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2013년 133.9%에서 지난해 143.7%로 급증했다. 유동성이 기업부문보다 가계대출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경제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소득 정체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15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의 노화와 리딩섹터가 존재하지 않아 균형성장이 무너진 지도 오래다. 수출 부진과 제조업 구조조정 진행으로 최근 제조업 경제성장 기여도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반면, 비제조업 기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 성장 기여도는 2014년 2분기 이후 0%포인트 대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비제조업은 2% 내외 수준의 높은 기여도를 유지하고 있다. 비제조업 중 건설업 성장 기여도가 주거용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전체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분기평균 0.2%포인트 수준에서 올해 1분기 0.4%포인트, 2분기엔 0.6%포인트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노쇠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 경제 활성화 정책이 민간 수요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유인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동성 확대 정책을 지속하되 가계 쪽으로 집중되고 있는 부채 문제 관리가 필요하다”며 “제조업 내 구조조정에 따른 산업공백기 방지와 서비스업 내 고부가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산업구조 모델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수요 제약이란 한계에도 불구, 수출 경기 회복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실효적 연구개발(R&D) 투자 활동과 부가가치 창출 등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