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법인마다 연간 적자 수십억…한류 앞세운 뻔한 영업 방식 벗어나야

폭염이 절정에 이르던 7월 말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에서 밖으로 눈을 돌린 시중은행들의 해외 자회사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국내에선 이미 수백, 수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대형 은행들이 해외에선 어떻게 발을 넓히고 있는지 궁금했다. 은행들이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지 금융권에서 이미 높은 위상을 확보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객이 너무 적었다. 고급 호텔을 연상케 하는 푹신한 소파와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가 무색해 보일 정도였다. 기자가 방문하고 있던 몇 시간동안 다녀간 고객은 단 세 명에 불과했다. 업장에서 마주친 고객들도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머지않아 중국 현지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처럼 저마다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기 바빴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경우 1Q뱅크로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중국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20146억원, 지난해 14억원 적자를 냈다.


국민은행 중국 법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84억6500만원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1억원으로 적자가 줄어들었지만 사업 규모가 미미해 흑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도 올해 1분기 46억원 적자를 냈다.

은행들은 적자 요인으로 "중국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은행들이 과연 해외에서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췄는지부터 의문이 들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시중은행들은 철저한 현지화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현지화란 한국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월급 통장을 통해 고객 군을 확보하는 식이다. 턱없이 적은 점포수와 한국 방문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 등은 굳이 현지인들이 주거래 은행을 바꿀 필요조건이 되지 못한다.

은행은 해외에 진출하기 전 어떤 지역에서 과연 수익 확보가 가능한지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금융당국은 외자 은행들의 사업 확장을 엄격히 제한한다.  특히 법인장을 현지인으로 바꾸는 전략을 경계한다. 꽌시(關係·인맥)를 이용해 외국은행들이 외연을 넓힌다면 중국 은행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사드 배치 이슈가 새롭게 돌출되면서 한국 법인들의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현지 한 은행 법인장은 "중국 고위직을 만나면 모두 사드 배치를 왜 했느냐.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이나 은행이 중국에서 사업하기 힘들어질 것이란 걸 모르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고 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콘텐츠나 시장성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상태에서 현지 법인들은 사업을 넓히지도 철수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은행들은 중국 경제가 차이나쇼크에서 벗어나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영난의 원인을 똑바로 살펴 대응하지 않는다면  더 큰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무턱대고 시장 진출을 꾀한 후 현지에서 성공한 것처럼 포장한다면 추후 대규모의 금액 손실을 떠안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책임도 전적으로 은행 몫이다. 식상한 한류 콘텐츠를 대체할 먹거리 콘텐츠가 필요하다.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의 자금 창구역할을 하는 대신 종업원들의 급여통장을 확보하는 식의 현지화도 한계가 있다.

 

은행들은 고객들을 직접 방문해 영업하는 등 변화를 꾀해야 한다.  점포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지 고객들을 확보하려면 스킨십을 통한 홍보가 효과적일 수 있다. 화려한 외관보다 중요한 건 고객 한명 한명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일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생활환경이 대중화된 중국 특성상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바일로 이체, 송금시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플랫폼 안에 다양한 형태의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모바일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중국 현지에서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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