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측 회사 정상화 의지 미약…부족자금 해결 태부족"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사실상 확정됐다.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한진 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30일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제시한 '경영 정상화 관련 최종 입장'에 대해 "한진해운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유동성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없어 협상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소유주가 있는 개별 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한진그룹 측에 부족자금 해결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한진 측은 부족자금 일부만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측이 최종 제시한 낸 부족자금 조달방안 내용을 보면 한진해운 최대 주주(지분율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중 절반인 2000억원은 2016년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과 동시에 자금대여 후 출자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머지 2000억원에 대해선 내년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지원하도록 했다.
추가 부족자금이 발생하면 기타 계열사 및 조양호 회장이 1000억원 한도 내에서 내년 7월 중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한진 측 최종 제시안은 전체 부족자금 대비 지원 규모가 부족하고 자금 투입시기를 고려하면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다"고 전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용선료, 선박금융 등 계획된 채무재조정이 모두 성사되더라도 부족자금 규모는 1조~1조3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한진 측은 부족자금의 30~50%수준인 4000억~5000억원만을 자체 조달하는 것으로 제시해 부족자금을 해소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상거래 연체규모 6500억원을 감안하면 약 6000억원이 즉시 투입돼야 하지만 한진 측은 올해 대여금 2000억원만 지원한다는 입장이어서 채권단이 나머지를 먼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 부족자금 규모는 대내외 변수에 따라 증가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채권단은 추가적 위험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채권단은 해운업의 특성, 2016년 상반기 업황 회복 지연, 운임지수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부족자금 규모가 회계법인 추정 수준보다 커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2~3분기는 해운업의 전통적 성수기지만 운임 상승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9월 4일에는 그동안 동결됐던 채무가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이 선택할 것은 법정관리밖에 없다. 자율협약 기간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다음 달 4일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다시 협상안이 나올 경우를 가정해서 말하는 건 어색하다"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이 내놓은 공식입장에서도 법정관리 신청을 사실상 결정지은 것으로 보인다. 한진 측은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의 협조까지 힘들게 끌어냈지만 추가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이르면 31일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신청일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진해운에 대한 주도권은 법원이 가진다.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임명해 회사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만약 가능성이 있다면 법원이 채무 조정을 통해 기업이 갚을 수 있을 만큼 채무를 낮춰준다. 그러나 빚을 갚지 못한다면 법원은 남은 자산을 채무자에게 돌려주고 기업을 파산시키게 된다.
만약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법정관리를 개시하지 않고 청산을 결정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기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을 것으로 판단돼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