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요금제 강권‧번호이동 유도‧예약자 끼워 넣기 성행…관계당국은 팔짱만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예약 구매했는데 현장에서 타 통신사로의 번호이동이나 비싼 요금제를 권한다면, 해당 이동 통신사가 판매점들에게 특별한 지침을 내린 것을 의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물량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휴대폰 유통시장에서도 갖가지 촌극이 일어나고 있다. 예약구매자는 널린 반면 수량이 부족해지자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이 구매자에게 조건을 붙이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조성되면서 결국 소비자 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대표 사례는 소비자들이 고가 요금제로 개통하도록 강권하는 행태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자신들과 계약 맺고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판매점들에게까지 특정 요금제 이하로는 아예 개통을 해주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를 비롯한 수 십 명의 판매점 주들은 최근 계약을 맺고 있는 SK텔레콤 대리점으로부터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갤럭시노트7은 밴드51 요금제 이하로는 개통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갤럭시노트7 개통은 현장에서 최저 요금제를 피해 고가 위주로 개통을 시키란 지시였다. 갤럭시노트7을 예약 구매한 이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비싼 요금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SK텔레콤 뿐 아니라 KT, LG유플러스 대리점 중에서도 이와 같은 행각을 보이는 곳들이 많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에서 실적 욕심으로 하는 행동으로 지시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일부 대리점의 일탈행위인양 책임을 돌리지만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행태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에 있어 우선순위를 다르게 조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넓힌다는 점에서 기존 가입자가 기기변경을 하는 것보다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번호이동 판매를 권장해왔다. 이번에 일부대리점들이 갤럭시노트7의 물량이 적다는 것을 이용해 번호이동으로 개통할 것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판매점들은 대리점과 소비자 사이에 끼어서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KAMSA) 관계자는 “경쟁사로부터의 번호이동을 선순위로 개통시키고 저가요금제 기기변경은 후순위로 밀어 넣고 고객 불만을 불러일으키게 해 판매점을 이중 삼중의 고통에 맞닥뜨리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갤럭시노트7 예약구매자들의 순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현장에선 새로 방문한 소비자를 예약구매자로 밀어 넣는 이른바 ‘끼워넣기’까지 성행하고 있다. 끼워넣기는 예약구매자가 예약을 했다가 구매가 무산 될 경우 점포에 들어오는 다른 소비자에게 해당 차수를 넘기는 행태다. 휴대폰 유통점을 운영하는 한 인사는 “아이폰의 경우 차수가 정해져 있어 뒷 차수 소비자가 먼저 제품을 받는 일이 없었는데 이번엔 아예 예약을 안했던 소비자도 물건을 먼저 받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통사들이 중소 판매점과 대형 유통점에 차별적으로 물건을 공급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갤럭시노트7의 명확한 기준 없는 제품 공급이 시장 전반에 혼란을 주고 있어 관계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갤럭시 노트7 품귀현상은 삼성전자에게도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제품 흥행을 위해선 초반 기세를 몰아 물건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 삼성전자 예측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결국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LG전자 G5의 경우 초기 물량공급에 실패해 흥행을 하지 못한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고객 불만이 커지자 삼성전자와 이통사들은 예약구매자들이 다음달 30일까지 개통해도 기어핏2 등 사은품을 제공하기로 하며 급히 진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