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관련 기기 흥행 여부가 ‘중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달 2일 공개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전 세계가 차세대 신소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CPI 선점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PI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영상 400도 이상의 고온이나 영하 269도의 저온을 견디는 초내열성과 초내한성을 지니고 있다. 필름 형태로 생산하면 유연성을 나타내고 여러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다.

PI는 우주, 항공 분야를 비롯, 연성회로기판(FPCB)등 IT 소재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내구성에도 불구, 특유의 노란 색을 띠고 있어 디스플레이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CPI 양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유리를 CPI가 대체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PI는 PI의 노란색을 제거해 투명하게 만든 소재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경우, 형태 변화가 중요하기에 딱딱한 유리보다 접을 수 있는 CPI가 더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CPI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코오롱인더와 SKC는 합작회사인 SKC코오롱PI를 통해 PI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SKC코오롱PI는 두 업체가 2008년에 각각 지분 50 : 50의 비율로 설립한 회사다. 당시 필름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던 두 회사는 일본을 쫓아가는 동시에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에서 의기투합했다. 현재 국내 PI필름 시장점유율 90%, 세계 PI필름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회사는 CPI 생산에 있어서는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합작 회사 설립 당시 CPI의 경우 양사가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는 지난달 2일 2018년까지 CPI필름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는 올해 3분기에 경북 구미시 구미공장에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설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2018년 1분기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900여억원으로, 코오롱인더측은 연간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CPI의 경우, 현재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미 관련 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SKC도 지난달 8일 실적발표와 함께 CPI 필름 생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SKC는 현재 투명폴리이미드 개발을 상당부분 끝낸 상태로 올해 말까지 최종 시제품 테스트를 마치기로 했다.

SKC는 시제품이 경도와 투명도, 복원성 측면에서 테스트를 통과하면 2017년 상반기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C는 SKC코오롱PI 공장에 400억원을 투자해 CPI 필름 양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SKC가 개발한 CPI는 10만번 이상 접었다 펴는 복원성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 37억달러에서 2020년 155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플렉시블 기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미빛 미래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수 많은 차세대 기기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거 3D TV의 사례에서 보듯, 신기술이 항상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에 먼저 진출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플렉시블 시장에 얼마나 집중할 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플렉시블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때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중요하다”며 “플렉시블 제품의 성공유무에 따라 CPI 시장도 성장 정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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