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외환 정책으로 시장 혼란" 비판에 정면 반박
한·일 통화스와프에 대한 외환당국의 입장 변화가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관성 없는 외환 정책이 오히려 외환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논란 확산을 막아서는 모양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한국 측 제안으로 지난해 2월 종료된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의 통화를 맞교환해서 상대국에 외화 자금을 대주는 계약이다. 상대국 통화를 활용함으로써 외환위기 등 금융 시장 불안 시 자국 통화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갈수록 커지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협정을 체결한 뒤 약 14년간 통화스와프를 유지했다. 스와프 규모는 2012년 10월 70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일본 신사참배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점차 규모가 줄다가 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00억달러마저 중단됐다.
일각에선 외환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를 문제 삼고 있다. 정부가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이틀 앞두고도 통화 스와프 논의는 없을 것이라 밝힌 까닭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입장 전환이 오히려 외환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비판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통화스와프를 의제에 올리지 않았다.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2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통화스와프는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상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기 전 양측이 논의할 의제를 주고받는데 한일 양국 모두 의제에서 통화스와프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실제 한·일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려면 두 나라 간 논의가 더 진행돼야 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입장이 이처럼 종잡을 수 없게 된다면 외환 시장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28일 한일 통화스와프 추가 설명 자료를 내고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 정부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통화스와프가 원칙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다만 상대방이 있고 시장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에 덧붙여 기재부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전 발언을 예로 들었다. 유 부총리가 지난 18일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인터뷰에서 "요즘 같은 국제 상황에서는 한미든 한일이든 통화스와프가 촘촘하게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결산회의에서도 그는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한 통화스와프 확대는 의미가 있으며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 재개 결정은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기재부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발언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기재부는 또 이번 통화스와프는 양국이 같은 금액을 주고받는 균형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자고 제안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종료된 통화스와프의 경우 한국 측은 100억 달러를, 일본 측은 50억 달러를 수취하는 불균형 계약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양국 간 경제금융 협력의 일환,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본 정부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새로운 형태의 통화스와프 논의를 시작하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