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최우선…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임대료 폭등 억제에 역점

정부가 지난 2015년 1월 중산층 거주환경 안정을 위해 장기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도입해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초 보금자리 지구의 한 아파트. / 사진=뉴스1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8)는 월세 계약 만기인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는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거주하고 있어 재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주거비 문제로 고통받는 시민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전월세난 가격 대란으로 경기 및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탈()서울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집에 대한 인식도 변모하고 있다.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가 점유 비중은 2008 56.4%에서 2014 53.5%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금은 치솟고 있고, 월세의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월세 비중은 2012 49.9%에서 2014 55%로 상승했다. 월세 시대에 진입하며 주거비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잦은 이사로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2015 1월 정부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뉴스테이)을 발표했다.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민간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뉴스테이는 주택최장 8년까지 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하로 제한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반 임대주택과는 달리 선진국형 주거혁신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위례 신도시, 화성 동탄 신도시, 김포 한강, 충북 혁신 도시 등이 선정됐다. 기업형 임대주택 확대로 주거 불안에 노출돼 있는 중산층에게 편안하고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서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뉴스테이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주택가구 중 약 38%(680만여 세대)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례 지원과는 반대로 임차인에 대한 권리보호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분양전환임대 사업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으로 전체 재고주택 10%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실종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는 주택시장에서의 매매가격이나 임대료 폭등과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줄기차게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해왔다. 노태우 정부 418000, 김영삼 정부 419000, 김대중 정부 488000, 노무현 정부 546000, 이명박 정부 448000, 박근혜 정부 501000호 등이다.

 

그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실적을 보면, 정권별로 40~50만호씩을 공급했음에도 불구, 공공임대주택 총량은 2014년 기준 106만호 수준으로 거의 변하고 있지 않다. 이는 5, 10년 임대 후 분양 임대주택 공급이 많아서다. 무늬만 공공임대이고 실제는 후분양 주택인 분양전환 임대주택의 성격상 5~10년 내에 분양돼 공공임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의 공급과 관리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임대료 증액을 둘러싸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인상률 상한선이 5%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획일적인 5% 수준으로 임대료가 인상됨에 따라 임차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 증액 기준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5년 임대주택법을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으로 개정하면서 최초 임대료 산정에 관한 규제를 풀었다. 임대료 산정은 임대사업자가 정하도록 했다. 임대사업자가 의무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를 증액하는 경우 연 5%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 임대료 변동율 등을 고려해 산정토록 했다.

 

그러나 관련 통계 파악이나 지수 산정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요소들을 고려해 구체적인 임대료 증액분을 임차인 개개인이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다 보니, 임대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증액분을 임차인이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만 남게 됐다. 최근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2.9%임에도 불구, LH공사가 정한 임대료 증액분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상한선인 5%를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이에 임차인도 파악할 수 있는 명확한 임대료 증액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측이 통계 등을 통해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임대료 증액분을 기초로 상하증감분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 또는 임대료 증가율을 해당 계약 1개월 전부터 12개월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100분의 30의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 임대료 증액분 산정의 투명성 확보에 중점을 뒀다.

 

20대 국회에서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오 의원은 임대료 증액 상한선 논란에 대해 전국 주거비 물가지수와 인근 지역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 적용돼야 한다인상률 상한선인 5%가 가이드라인이 돼 관행적으로 임대료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의 권리보호, 주택 관리 운영을 위한 참여제도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임대료 산정을 둘러싼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의 협의 절차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들이 임차인 대표회의 등 단체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대사업자와 대등한 교섭을 통해 적정 임대료 증액분을 정하도록 하는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임대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민간건설 임대주택, 기업 임대주택 등 다양한 임대주택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고 언급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민간임대주택법의 경우 임대료가 매년 가계수입 및 물가인상률을 상회해 인상되는 등 서민 주거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우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겸 변호사는 임대주택법에서 민간임대특별법으로의 전면 개정으로 민간임대사업자에게 각종 특례 지원이 강화되고 규제는 완화됐지만 임차인 보호는 크게 후퇴해 법익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대표는 세입자의 주거권이 보장되고 집 걱정 없는 세상이 되려면 계속거주권이 보장돼야 하고, 임대료가 적절히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세입자의 참여권 보장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손경환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는 민간임대주택 정책의 중요한 목표는 서민과 중산층 주거안정에 있다이를 달성하기 위해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고, 임대료는 임차인이 부담 가능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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