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회피·OS 장악에 비판 커져…한국산 플랫폼 구축 서둘러야
구글 정밀지도 반출 요청 문제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가 며칠 째 시끄럽다. 국경 없이 움직이는 세계적 IT기업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25일 반출 허용여부를 발표하기로 한 정부 협의체는 결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정부가 구글이라는 특정기업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고 법에서 정한 심의기간까지 무시하며 기간을 연장하는 특혜를 베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통상 압력 뿐 아니라 구글이 운영체제(OS)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구글은 한국과 밀접한 관계”라며 “국내 주요 전자업체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속해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활용하는 구글에 비판 쏠려
에릭 슈미트 알파벳(Alphabet, 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구글 캠퍼스 방문 행사에서 “구글은 삼성이나 LG 같은 협력사 뿐 아니라 직접 만든 플랫폼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가장 성공적인 국가가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구글이 플레이스토어로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정된다.
이런 사실을 두고 업계에선 두 가지 비판이 나온다. 하나는 구글이 한국에서 얻은 이익을 제대로 환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이 현행법 상 정밀지도를 반출하려면 국내에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 구글은 이를 거부한 채 지도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구글이 싱가포르 같이 세금이 싼 나라에만 서버를 두고 사실상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슈미트 회장은 방한 기간 동안 “앞으로 삼성이나 LG가 제조한 로봇에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을 탑재할 계획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투자나 노력에 비해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나 플랫폼 사업은 자기네가 할 테니 한국 기업들은 하드웨어만 만들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한 발 느린 플랫폼 사업, 힘든 행보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는 구글의 대표 상품이다. 구글은 미래 콘텐츠 플랫폼도 독점하려 하고 있다.
구글은 5월 VR(가상현실) 콘텐츠 전용 플랫폼 데이드림(Day Dream)을 공개했다. 구글 관계자들은 플랫폼 공개 이전부터 전 세계를 돌며 가상현실 콘텐츠 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VR 플랫폼을 통한 비전을 밝혔다.
국내 사업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구글 지도가 정밀지도 반출 금지로 고전하는 동안 SK텔레콤, 카카오, 네이버가 자체제작 지도를 바탕으로 한 위치기반 서비스(LBS)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플랫폼을 통해 O2O(Online to Offline),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차세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은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사 플랫폼 생태계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려 한다. 이미 개발도상국에서 출시되는 일부 보급형 스마트폰에 타이젠(Tizen) OS를 탑재하고 있다. 자체 VR 플랫폼도 9월에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타이젠은 단순히 모바일이 아닌 IoT(사물인터넷) 생태계용”이라면서 “앞으로 모든 삼성 전자제품에 타이젠이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글이 이를 견제할 것이며 앞으로 타이젠 플랫폼이 얼마나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