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 수사, 일정 외 변동은 없다"

검찰이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일정 조정 외 수사 방향은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면서도 "수사 범위와 방향은 이미 확정돼 있기 때문에 변동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예정된 수사와 소환 대상자는 진행된다. 다만 장례 일정을 고려해 일정만 조정될 것"이라고 밝혀 다음 주로 예상됐던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관계자 3~4명에 대한 소환 일정이 연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죽음이 수사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신 회장 혐의 입증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중대한 지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며 "사람에 의존하는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그분 진술이 없다고 해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며 "자살 통해서 다른 사람을 보호할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무리한 수사'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검찰 관계자는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거나 과도한 압박은 지양했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사람에 의존하는 수사, 압박 진술 수사를 탈피하려고 했다"며 "롯데 전 계열사 압수수색할 때도 혐의 입증 필요한 부서만 했다. 메인으로 당한 부서는 정책본부와 3~4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비리를 '별건'으로 잡고 수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법처리 방향은 총수 일가 통해 집중적으로 본다. 전문경영인 비리가 의미 있는 것 아니다. 혐의점을 보지만 특정한 개인 비리를 수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검찰 소환을 앞둔 이날 오전 7시10분경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한 호텔 뒤편 야산 산책로 나무 밑에 쓰러져 숨진 채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를 연결해 목을 맸으나 넥타이가 끊어지면서 바닥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입고 있던 옷 안에서 발견된 신분증과 명함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신분을 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당초 이날 오전 9시30분까지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사건 현장 인근 이 부회장 차 안에선 자필로 쓴 A4용지 네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롯데 임직원들에겐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등의 말을 남겼다. 

가족들에겐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 유가족들은 구체적 유서 내용에 대해 경찰에 비공개 요청을 했다. 이 부회장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정사까지 겹치며 많이 힘들어하셨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가정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