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재임한 ‘비 오너 일가’ 첫 부회장…그룹 살림살이‧핵심사업 관장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장‧69세)은 명실상부한 롯데그룹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롯데그룹에서 ‘비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살림살이와 핵심사업을 관장하며 그룹 내 명실상부한 핵심실세로 불렸다.
경상북도 경산 출신인 이 부회장은 경북사대부고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롯데쇼핑 이사와 상품매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관리, 영업, 매입 등 백화점 경영의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1998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로 20년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기간 동안 롯데쇼핑은 국내 유통업계 부동의 강자로 떠올랐다. 서울 소공동 1번지 일대 연면적 11만평에 이르는 이른바 롯데타운 건설의 밑그림과 마무리도 모두 이 부회장 작품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 부회장이 평소 불시 점포방문 등 현장점검으로 유명했다고 밝혔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이 부회장은 2007년에는 그룹 내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신동빈 회장의 명실상부한 핵심측근으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이 부회장은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불렸다.
오랫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필해오며 ‘신격호의 남자’로 불렸던 이 부회장은 지난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신동빈 회장 측에 서서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섰다.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에 롯데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소진세 사장은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전날에는 황각규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했다. 검찰은 그룹 내 2인자인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신동빈 회장으로 화살을 겨눌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실한 기독교도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부분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롯데그룹은 이 부회장의 장례형식을 롯데그룹장으로 5일 동안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현대아산병원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