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재임한 ‘비 오너 일가’ 첫 부회장…그룹 살림살이‧핵심사업 관장

롯데그룹 내 2인자로 불리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이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부회장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지내다 2007년에는 롯데쇼핑 소속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에는 정책본부장 직책을 맡으며 부회장에 올라 오너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직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이인원 부회장. / 사진=뉴스1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장‧69세)은 명실상부한 롯데그룹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롯데그룹에서 ‘비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살림살이와 핵심사업을 관장하며 그룹 내 명실상부한 핵심실세로 불렸다.

경상북도 경산 출신인 이 부회장은 경북사대부고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롯데쇼핑 이사와 상품매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관리, 영업, 매입 등 백화점 경영의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1998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로 20년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기간 동안 롯데쇼핑은 국내 유통업계 부동의 강자로 떠올랐다. 서울 소공동 1번지 일대 연면적 11만평에 이르는 이른바 롯데타운 건설의 밑그림과 마무리도 모두 이 부회장 작품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 부회장이 평소 불시 점포방문 등 현장점검으로 유명했다고 밝혔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이 부회장은 2007년에는 그룹 내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신동빈 회장의 명실상부한 핵심측근으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이 부회장은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불렸다.

오랫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필해오며 ‘신격호의 남자’로 불렸던 이 부회장은 지난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신동빈 회장 측에 서서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섰다.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에 롯데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소진세 사장은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전날에는 황각규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했다. 검찰은 그룹 내 2인자인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신동빈 회장으로 화살을 겨눌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실한 기독교도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부분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롯데그룹은 이 부회장의 장례형식을 롯데그룹장으로 5일 동안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현대아산병원에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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