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한 경영 감시는 뒷전 낙하산으로 자리 챙기기에만 몰두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지난 6월 산업은행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서 혁신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산업은행이 출자한 회사는 비금융사만 해도 130곳이 넘는다. 정부는 부실기업들을 산업은행에 떠맡겼고 산업은행은 자회사를 늘려왔다. 자회사들을 매각할 때 헐값에 팔게 되면 감사를 피할 수 없게 되니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자회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구조가 반복됐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출자 회사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기 위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마련해 놓고도 재무제표를 통한 검토만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다.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은 출자회사 재무 상태를 5단계로 구분한다. 감사원이 감사기간 중 이 시스템으로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5등급인 ‘특별관리 대상’이었다. 최고 위험등급이다.

정부는 이를 방조해왔다. 우선 금융위는 2013년과 2014년 산업은행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줬다. 산은 회장과 직원은 각각 100%와 90%의 성과급을 받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13~2014년 다른 조선사는 손실을 보고 있었는데 대우조선해양만 잘 나갔다. 이는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산은은 감시 역할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며 "눈 감은 산업은행을 눈 뜨게 했어야 할 의무가 금융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조선해운업 총체적 부실이 누적되는 동안 관리감독을 맡은 금융위, 청와대까지 모두 책임을 방조했다”며 “내 임기 중 사고만 나지 말아야 하는데 식의 부실 돌리기에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CEO 자리는 대부분 모피아 차지였다. 정권의 보은인사 격이었다. 강만수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홍기택 전 회장은 박근혜 정권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냈다. 이동걸 회장 역시 대표적 친박 인사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도 당연히 낙하산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산업은행은 출자 전환으로 39.59%에 달하는 STX 지분과 49.7%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얻어 이러한 구조를 공고히 했다. 출자 전환은 채권자가 채무자인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이나 납품대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채무기업 부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즉 대출금이나 납품 대금을 못 받았을 때 주식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은행이 대출을 해준 뒤 기업들이 부실경영을 하면 시중은행들처럼 빠져나왔어야 하는데 국책은행이다 보니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출자 전환을 통해 130여곳이 넘는 자회사를 만드는 행태는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이나 STX 등 자회사를 감시하는 것은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라는 입장에서 스스로를 견제하는 구조와 같다. 제대로 된 채무, 채권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을 통한 영향력으로 산업은행 관련 부문 인사를 자회사에 낙하산으로 임명하고 자회사가 추후 보은인사를 함으로써 악순환이 반복됐다.

산업은행은 자회사들에 고위직 임원들을 내보냈다. 산업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대우조선해양CFO(최고재무책임자)는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에서 의견을 내지 않고 모든 안건에 찬성하는 등 부실 투자를 지켜보기만 했다.

고 교수는 “설령 출자전환을 한 자회사라 할지라도 은행과 일반 기업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아예 다르기 때문에 전문 경영인을 기용하는게 맞다”며 “정부에서 산업은행에 낙하산을 보내고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에 낙하산 인사를 하니 회사가 제대로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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