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촉구…"계열사가 실권주 떠안으면 배임 등 법적 책임 감당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중공업이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1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권주 처리 입장을 밝히라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당시엔 실권주 인수 계획을 사전에 밝힌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3일 논평을 통해 "유상증자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실권주 인수 등의 책임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감당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책임 회피 않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삼성중공업 실권주 처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중공업 지분구조를 보면 삼성전자 등 6개 계열사가 24.08%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동안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자구계획에는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외에 총수일가가 책임을 지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실경영 책임은 의사결정을 한 자가 져야 한다"며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일가와 경영진이 가장 먼저,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하는 원칙은 삼성중공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 총수일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이 부회장 등은 오히려 한 발짝 물러나 있다"며 "계열사들이 실권주를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유상증자는 65%를 차지하는 일반 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된다"며 "삼성 측 기대와 달리 일반 주주들 참여율이 낮아 실권주가 대량 발생하면 이를 누가 인수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 계열사들이 초과 청약이나 실권주 일반공모 등을 통해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외형상으로 최대주주이나 삼성중공업 이사 선임 및 경영전략은 총수일가와 미래전략실 소관사항일뿐"이라며 "삼성전자 등 주주 계열사들이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점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 측이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달리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나설 단계가 아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자본잠식 여부가 총수일가 책임 여부를 좌우하는 유일 조건이 아니다"며 "이 부회장이 나설 상황이 아니라면 왜 삼성전자 등 주주 계열사들이 지분율 이상 부담을 져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단 한 척도 신규 수주를 못했고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채권은행들이 운전자금 공급마저 주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최후 수단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비켜 서 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유상증자가 성공하지 못해 삼성전자 등 주주 계열사들이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는 삼성중공업 부실을 다른 계열사 외부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해당 계열사에서 이를 결정한 이사들은 배임 등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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