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막으려는 주민들, 서울시와 갈등 격화
주민들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은 서울시를 비판했다. 구본장 여관 주인 이길자(64)씨는 “서울시가 처음에는 몇몇 건물에 대해서는 보존 할 것처럼 말하더니 금새 말을 바꿔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까지 직접 와서 철거를 막아준다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속은 느낌이 들어 속상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책위원회 소속 장현욱(34)씨는 “서울시에
철거 반대의사를 드러내고 지속적으로 시측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원래는 구본장 여관과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 3~4곳을 보존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어제 조합이 한옥을 다 허물고 구본장 벽에 구멍을 뚫어 놓기까지 했다. 오늘 아침에는 다른 건물 하나를 허물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철거를 강행하려는 조합 간 갈등 속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기 힘든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월 옥바라지 골목을 방문해 철거 중단을
약속했지만 서울시 측에서 법적으로 공사 중단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주민들 다수가
재개발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비판에 난색을 표했다. 현장을 보러 온 진경은
서울시 재생협력과 팀장은 “어제 공사를 진행하는 조합 측에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우리가 강제로 명령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진 팀장은 이어 “오늘 아침 철거를 진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거리 보존 여부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주민들의 입장이 다르다. 이길자
씨는 “처음에는 재개발계획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지만, 대책위원회가
생기고 이 거리가 가진 전통과 역사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서 거리를 보존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진 팀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들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 씨는 “서울시 측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철거를 막아준다고 약속했다면, 적어도 논의가
끝날 때까지 철거를 중단하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서울시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서울시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철거 중단을 요청했지만, 더 이상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조합원들과 몸싸움이라도
벌이라는 말인가”라며 곤혹스런 입장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합은 잠시 중단했던 철거 작업을 23일 오후 다시 진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