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수정안이 도움 될지 불투명…5차 모범기준 인증 계속 추진"
중국 정부가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의 자국 시장 진출을 막던 보조금 관련 규제를 수정했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중국 정부가 5차 모범기준 인증 서류를 접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수정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속셈이 무엇인지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주관하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신에너지차 생산기업 및 제품 시장 진입 관리규정’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반드시 중국 정부의 모범기준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기존 조항이 사라졌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6월말에 진행된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국내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증을 받지 못한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해 사실상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SDI가 모범기준 인증에 실패하자 중국 징화이자동차는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하던 전기차 iEV6s 생산을 멈췄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 판매가 어려워져 재고만 쌓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공개한 모범기준 인증 통과 업체 목록에는 중국 업체 혹은 중국 업체 지분이 높은 배터리사 57곳만 포함됐다. 중국 정부가 기술력이 뛰어난 해외 업체를 목록에서 제외하고 인증을 받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자 업계에서는 모범기준 인증이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중국의 ‘몽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새로 내놓은 수정안을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국내 배터리사가 5차 인증을 위해 제출한 서류를 접수하지 않고 있어 중국 정부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두 회사 모두 중국 정부에 5차 인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서류를 받지 않으면서 보조금 지급 조항을 삭제했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국내 업체 진출을 방해하는 다른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는 이번 수정안 내용과 관계없이 5차 배터리 인증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수정안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5차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