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수의 복장, 수척한 모습…입장은 내달 1일 다음 재판서 밝히기로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9일 진행된 첫 재판에 출석해 눈물을 보였다.
신 이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피고인의 공판준비기일 출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회색 수의 복장으로 법정에 들어선 신 이사장은 수척한 모습으로 변호인들 사이에 앉았다. 그는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신 이사장은 자리에 앉은 지 2분가량 지나자 훌쩍이며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검사들의 지각으로 휴정이 돼 다시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는 중에도 신 이사장은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약간 다리를 절었다.
신 이사장은 속개된 재판에서도 재판장을 향해 몸을 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 재판장이 직접 간략한 인적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재판장이 "그냥 앉아계세요"라는 말에도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답변을 이어갔다. 직업을 묻는 질문엔 "재단이사장입니다"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 질문이 끝난 후 "앉으세요"라는 재판장의 요구가 있고서야 자리에 앉았다.
신 이사장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얘기하는 도중에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그는 재판 종료 후 법정을 나서면서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이날 신 이사장 측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신 이사장 변호인은 "기소 이후에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며 다음 기일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앞서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롯데백화점 입점 편의 제공 대가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35억원을 받고 회삿돈 47억원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신 이사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한모(59·구속기소)씨를 통해 정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 입점과 관련한 제안을 받았다. 기존 점포는 좋은 위치로 옮겨주고 새로운 점포를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사장에게 지시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좋은 위치로 변경해줬고 그 대가로 한씨는 2013~2014년 사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6억6000만원을 받았다.
신 이사장은 이후 한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후엔 아들 장모씨 명의 회사인 B사를 통해 8억4000만원을 받았다. B사는 장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업체로 사실상 신 이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회사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신 이사장은 다른 화장품업체와 요식업체로부터도 입점 편의 제공 대가로 20억원 넘게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또 세 딸을 B사에 허위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 급여 명목으로 1인당 11억~12억원씩 지급해 총 35억6000만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