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세에 편승한 저가 매수 영향…추가적인 실적 개선 확인을"

업황 악화로 고전하는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업종이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다.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는 미국 반덤핑 관세 등 악재에도 주가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현대중공업 주가는 조선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도 상승세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 종목이 코스피 대세 상승 영향에 따른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실적 개선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굴뚝 산업 섹터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철강 업종 지수는 6월 24일 3842.36을 기록했으나 이달 16일 종가 4357.61로 약 13% 올랐다. 연저점인 1월 21일 3336.49와 비교하면 약 30% 상승했다. 조선업 지수(KRX Shipbuilding)도 연초 510선에서 이달 670선으로 31%가량 올랐다. 코스피가 16일 2047.76을 기록하며 연저점 1817.97보다 약 12%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업종 지수 상승률은 두드러진다.

업종 지수가 오르자 이를 추종하는 펀드 수익률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서 조선주에 투자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조선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수익률 22.22%를 내며 전체 펀드 중 2위에 올라섰다. 철강업종에 투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200철강소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14.46%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0.68%였다.

특히 대장주라 할 수 있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세가 매섭다. 포스코는 1월 21일 연저점 15만5500원에서 이날 22만4500원으로 44% 상승했다. 7월초 20만원과 비교해도 한달 새 10% 가량 올랐다. 현대중공업 주가 역시 1월 21일 종가 7만9400원에서 16일 13만8000원까지 73% 상승했다. 이날 장중에는 14만15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가 상승에는 부진한 업황에도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재 과잉 공급으로 철강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자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미국과 인도 등 반덤핑 관세로 보호무역에 나서면서 수출길마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조8574억원, 6785억원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각각 3.2%, 2.8% 증가한 실적을 냈다.

여기에 지난해 3991억원대 적자를 내던 해외 철강 법인이 이번 분기 들어 흑자로 돌아선 것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간 포스코 발목을 잡고 있던 해외 부문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포스코의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량 증가도 업황 타개 실마리로 꼽히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됐다.

현대중공업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만든 호실적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본격화와 전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등 부정적 요인이 많았다. 올해 4월에는 수주량이 전무했을 정도였다. 이러한 부진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9조8627억원, 영업이익 5572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4.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1.3% 증가했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부문 실적 호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조선, 해양 등 주요 사업 부문 흑자 영향이 투자자 신뢰를 이끌었다.

재무 건정성과 사업 재편을 위해 비핵심 사업을 처분한다는 방침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 실천의 일환으로 금융 계열사인 현대기업금융과 현대기술투자를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현대선물의 매각 방침을 밝힌 현대중공업은 이로써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모두 정리하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 업종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철강과 조선 모두 업황 자체가 좋아진 건 아니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 편승해서 저가 매수가 들어간 측면도 있다”며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선 전방 산업 수요 회복, 경쟁 업체 대비 나은 수익성, 기술 혁신 등 실적 개선 요인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철강과 조선 업종 지수 상승세가 가파르다. 불황에도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진은 출선하는 작업자들.  /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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