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중소기업, 은행권 문턱 높아져…7월 햇살론 이용액은 전년비 165%↑
"10여년간 거제시 고현에서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액이 30% 이상 줄었다. 아기 돌반지하러 오는 사람도 줄었고 결혼 예물액도 감소했다. 거제 지역 경기는 대우조선해양이랑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떠받쳐 줬는데 조선사들이 불황을 겪고 구조조정을 하니 타격을 받고 있다. 자연히 은행에 저금할 돈이 줄었다. 은행에서 빌린 사업 자금조차 갚기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2금융권에서 사업 자금을 빌려야 한다."
12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 있는 한 금은방에 들어갔다. 박모씨(64세)가 예물과 금시계를 진열하고 있었다. 그는 거제 고현종합시장 근처에서 10여년째 금은방 사업을 하고 있다. 고현동은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거제시 장평동 인근에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 불황으로 10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람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먼저 예물 소비를 줄인다. 가격이 비싸고 없어도 살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조선업 침체와 구조조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거제시 옥포동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 운전사는 "출퇴근용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수가 지난해보다 줄었다. 밤에 술 마시고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줄었다. 택시 매출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옥포동의 한 지역 농협을 찾았다. 지점장은 "지점 손님의 70%가 대우조선해양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이들의 일거리와 급여가 줄어 저축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옥포동 매립 지역으로 이동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한눈에 보였다. 옥포동 매립지 지역에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을 상대로 한 음식점, 유흥업소, 호텔이 모여있다. 음식점들 가운데 '임대'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가게가 뜨문뜨문 보였다.
옥포동 매립지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점 사장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매출 영향을 묻자 표정이 굳었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장사 안되는 것이 당연한데 왜 자꾸 와서 묻냐. 대우조선이 인력을 줄이고 직원들 월급도 줄어드니 장사 안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 언론에서 거제 상인들 장사 안 된다고 기사를 쓰는 바람에 장사가 더 안된다. 이 근방 음식점들 현관에 '임대'라고 붙은 곳은 장사가 안돼 그만 두려는 곳들이다. 장사는 안 되는데 임대료는 그대로다. 문 닫고 나가는 것이다."
매립지의 또 다른 음식점 사장도 "작년 여름보다 매출액이 30% 줄었다. 유동인구 자체가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직원 300여명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가야 했다. 올해 1월~7월 사이 대우조선 하청업체 직원 8000여명도 일거리가 없어 회사를 떠났다.
거제시 실업급여 신청자는 지난 5월 2449명으로 1년전 5월 1596명보다 853명 늘었다.
거제시의 지난 5월 예금은행 수신액은 1조6159억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4.2%(716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은행 대출액은 650억원으로 21%(115억원) 늘었다. 신용협동기구 대출액도 3조4628억원에서 3조6705억원으로 5.99%(2077억원) 증가했다. 신용협동기구는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과 최근 5월의 거제시 금융 상황을 비교했다.
거제 옥포시장의 한 상인은 "거제시의 경기가 조선업 불황으로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 가게도 매출이 20~30% 줄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사 직전은 아니다"고 밝혔다.
◇ "거제시 주민·중소기업 은행권 대출 어려워"…7월 햇살론 이용액 전년비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