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기피했던 원달러 인버스 ETF, 브라질 투자, 조선·철강·중공업 펀드 등 고수익
대세를 거른 역발상 투자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이 손을 내저었던 달러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브라질 펀드와 채권, 조선·철강·중공업 펀드가 다른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냈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때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증권가 격언을 이용했던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시장 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95.4원으로 1년만에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2월 25일 원·달러 환율 1241원과 비교해 10%(145.6원) 가량 하락했다. 당초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 시대가 온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돈을 댄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있다.
반면 달러 약세에 배팅한 투자자는 함박미소를 짓고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수록 높은 수익을 내는 달러인버스 ETF 상품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1일 종가 기준 9350원이었던 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2X(합성) ETF는 이달 12일 1만890원으로 12.3% 올랐다. 올해 최저점과 비교하면 25.5%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연초와 비교하더라도 수익률이 약 10%다.
브라질 관련 투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브라질 경기 침체와 헤알화 폭락으로 브라질은 기피해야 할 투자처로 꼽혔다. 브라질 채권을 파는 증권사가 전무할 정도였다. 하지만 연초 이후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브라질 관련 투자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다. 경제 실패 주범으로 몰린 호세프 정권이 교체되면 경제 활성화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12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브라질 관련 펀드 수익률이 44.32%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브라질 국채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브라질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8월초 11.85%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2월에는 16.5%까지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헤알화 가치 상승으로 환차익도 발생했다.
업황이 악화된 조선·중공업 산업 투자도 성과가 좋았다. 지난달 29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서 이들 산업을 추종하는 펀드 수익률이 1위에서 3위까지 독식했다. 중공업 지수를 초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수익률 29.20%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조선주에 투자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조선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수익률 22.22%를 내며 2위에 올라섰다. 철강업종에 투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200철강소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14.46%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0.68%였다.
이들 산업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조선 산업은 해양플랜트 부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고 철강 산업 역시 중국 과잉 생산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중공업은 생산, 설비 투자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탓에 업종 지수 역시 쉽사리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업황 회복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지수가 상승했고 수익률도 그만큼 높아졌다. 결국 모두가 아니라고 했던 시점이 가장 바닥이었던 셈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역발상 투자에 대해 “희망의 꽃은 대개 절망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피어난다”며 “문제는 이러한 역발상 투자가 가장 어려운 투자라는 점이다. 잃기 싫어하는 투자 심리 특성상 대세에 동조하는 경향이 큰 탓이다. 따라서 경제 상황과 각 업종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전제돼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역발상 투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