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서비스, 전략 개발까지 확대 적용…린 스타트업도 같은 맥락
디자인 씽킹은 누구나 갖다 쓰면 되는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다. 씽킹(thinking), 즉 사고방식이며 기업 문화와 리더의 경영 철학으로 뒷받침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고객 중심과 공감 능력, 현장 중시, 조직과 전공의 벽을 뛰어넘는 소통과 협업, 자율에 기반한 행복한 몰입, 창조적 실패를 용인해 더 큰 성공을 부르는 문화,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조직 역량, 확실한 인센티브,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문화를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리더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디자인 씽킹의 적용 범위도 제품, 서비스 개발 뿐 아니고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 개발까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구성원을 고객으로 본다면 디자인 씽킹 방식으로 경영 프로세스와 시스템도 바꿀 수 있다.
최근 벤처 창업 방법론으로 각광받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도 디자인 씽킹과 맥락이 같다. 창업할 때 고객 필요를 반영해 비즈니스 모델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 고객 반응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가설과 전략을 개선한 뒤 다시 검증 받는 과정을 신속히 반복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점차 정교하게 만들어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객 가치를 극대화한다.
마케팅전략이나 경영전략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략은 경쟁 상황, 시장 성장성 등에 관해 일정한 가설을 바탕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사업을 실행해 나가는 것인데, 과연 그 전략이 적절한 것인지는 검증해 봐야 한다. 처음부터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여 성공하는 사업은 없다. 대부분 사례 연구에 실린 최적의 성공전략도 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발견’한 것이다.
디자인 씽킹으로 이미 사업 전반을 성공적으로 혁신한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GE는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라이스(Eric Ries)를 영입하고 패스트워크스(Fastworks) 소그룹 400여개를 가동해 신제품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 산업 인터넷 기반의 솔루션과 서비스 개발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IBM도 2012년 이후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24개 디자인 스튜디오를 개설해 모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에 디자인 씽킹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 하이얼도 2013년부터 2년간 전체 직원의 30%인 2만6000명을 빼내어 수평적 조직을 만들었다. 그들을 200여개 사내 창업 조직에 투입하고 그중 10여개는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은 “회사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이자 오픈 플랫폼이며 전 직원이 사내 창업하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디자인 씽킹은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여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창의적 문화와 탁월한 리더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부여하되,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리더를 더 큰 프로젝트에 기용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제라도 긴 안목과 결단으로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면 우리 앞에 놓인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