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초저금리 정책으로 민간부채 급증…금융위기 우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경기는 부진하나 초저금리로 민간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의 1.25%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5.25%에선 4%포인트나 내렸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제때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해 민간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한은이 초저금리 정책을 진행하는 동안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증했다. 이제와 금리를 인상하거나 외부적 요인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돈을 빌린 민간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은은 진작 기준금리를 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한은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렸고 추경안 통과가 국회에서 논의 중이기에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가계신용액은 1223조6700억원을 넘었다. 역대 최대치다. 지난 5월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잔액은 938조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9%(78조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민간부채형 금융위기 가능성을 밝혔다.
윤석천 경제칼럼니스트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는 민간부채 수준이 높고 부채량이 빠르게 늘 때 일어났다"며 "한은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민간부채형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빌린 이들은 부담이 늘어난다"며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은행들은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가계는 부동산을 팔아도 손해니 결국 빚을 못 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가구는 작년 3월말 기준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1072만가구)의 12.5%인 134만가구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만가구 늘었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상환액이 처분가능 소득의 40%가 넘는 가구를 말한다.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 작년 기준 외부감사 대상기업(2만4392개) 가운데 한계기업은 3278(14.7%)개에 달했다. 전년보다 0.4%포인트 늘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낸 기업을 의미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와 기업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몇 년전부터 우려가 있었다"며 "가계와 기업 중 취약한 부분에서 부실이 터져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천 경제칼럼니스트는 "지금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초저금리를 유지했지만 경제성장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부채를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승민 삼성증권 팀장은 "지금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차츰 약세를 보이긴 하겠지만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연말쯤 이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9월경 한은이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고 본다. 이는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