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얻으려면 고객의 고객이 되라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철저하게 채식을 고집했던 사람이다. 주머니 속에 당근을 가지고 다니다 사무실에서 직원과 함께 나누어 씹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한 호텔 만찬에서는 당근으로만 짜여 진 코스 요리를 먹기도 했다.

모두 12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이 당근 코스요리는 당근 수프에서 시작해 메인 요리는 당근 빵, 후식으로는 당근 아이스크림과 당근 주스가 나왔다. 함께 먹어야 했던 사람에게는 고역이었을 것 같지만 당근 농사 후원 행사의 만찬이었으니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즐겼을 뿐이다.

 

 당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말보다도 더 열심히 당근을 먹었기에 헨리 포드가 얼핏 지독한 당근 마니아 같지만 진짜 푹 빠져 지냈던 식품은 당근이 아니라 콩이었다. 그것도 서양에서 즐겨 먹는 완두콩이나 강낭콩이 아니라 헨리 포드가 활동했던 1910-3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별로 먹지 않았던 대두 콩(soybean)이다.

 

 미국에 동양의 대두 콩을 널리 퍼트린 사람 역시 헨리 포드였다. 어찌나 콩을 좋아했는지 콩으로 만든 두유를 마시고 샐러드에는 콩으로 만든 치즈를 뿌려 먹었으며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에 콩 버터를 바른 콩 빵, 그리고 콩 커피에 콩 과자, 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니까 식탁이 온통 콩, 콩, 콩이다.

 

 이렇게 괴팍하다 싶을 정도로 콩을 좋아해 손님이 와도 콩 식품을 대접했고 1934년 시카고 박람회에서는 포드 자동차에서 주최한 만찬에 콩 코스 요리를 내놓았다니까 채식주의자가 아닌 경우라면 조금 난감했을 듯싶다.

 

 헨리 포드는 사실 극단적인 사람이었다.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를 평범한 소시민도 탈 수 있도록 대중화시키고 포드 시스템이라는 대량생산체제를 도입한 인물로 익숙하지만 노동조합 반대, 히틀러의 나치당 후원 등 시대를 이끌었으면서 동시에 시대를 거스른 측면도 있다.

 

 음식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여서 소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기계라고 했는데 인간에게 유용한 풀을 먹고는 “몹쓸 고기와 우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유는 두유처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식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 치킨은 매한테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소리로 채식주의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극단적인 식성과 말투를 굳이 소개한 이유는 그의 채식주의에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왕으로 유명하지만 미국에서 대두 콩과 콩 식품 개발에 막대한 후원금을 쏟아 부은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두 콩을 사랑한 식성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경영철학과도 관련 있다. 

 

 “고객을 만들려면 고객의 고객이 되라”는 말을 남긴 헨리 포드는 1920-30년대 포드 자동차의 주력 생산품이었던 다목적 트랙터와 트럭의 주 고객이었던 농민들의 생산품을 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연구소를 설립해 대두 콩의 보급과 활용법 개발을 지원한 포드는 콩기름으로 도장 공정에서 쓰이는 도료를 대체해 원가를 절감하기도 했고 콩 단백질로 플라스틱을 만들어 1940년대는 플라스틱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상용화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농민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대두 콩을 구매했다. 헨리 포드의 극단적 채식주의 이면에서 진정한 윈윈(win-win)전략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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