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지상파보다 낮아도 콘텐츠 영향력 높아 광고수익 '빵빵'
tvN이 CJ E&M의 캐시카우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모양새다. ‘또 오해영’ 등 드라마의 인기가 유독 두드러진다. 지상파보다 낮은 시청률에도 지상파를 앞지르는 콘텐츠 영향력과 디지털 광고 덕에 광고수익도 상승추세다. CJ E&M이 5월 설립한 자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CJ E&M이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방송부문의 고속성장이다. 9일 CJ E&M은 올해 2분기 매출 3573억원, 영업이익 141억원, 당기순이익 428억원을 나타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감소했다. 영화부문 부진이 뼈아팠다.
하지만 방송부문은 되레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2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초 증권가 예상치는 190억원 내외였다. 2분기에 열풍을 일으킨 ‘또 오해영’은 시청률 11.4%로 tvN 역대 월‧화극 기록도 경신했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도 선전했다.
방송콘텐츠의 인기는 광고매출 증가를 견인하며 선순환 모델을 만들었다. 특히 디지털 광고와 VOD, 해외 콘텐츠 판매 등 미래형 먹거리 사업부문에서 68%나 성장한 점이 도드라진다.
지난 2분기 TV 광고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올해 4월까지 주요 방송사 광고 누적 매출액을 추산한 결과 CJ E&M은 1345억으로 각각 1237억원과 1150억원을 올린 KBS와 SBS를 앞질렀다. MBC는 1579억원으로 1위였다. 지난해 CJ E&M은 지상파 3사에 모두 뒤진 4위였다.
CJ E&M의 주된 채널은 tvN, m-net OCN, 올리브TV, 온스타일 등이다. 업계에서는 tvN 드라마의 상승세를 주된 매출 동력으로 꼽고 있다.
최고 시청률이 10% 초반에 그치는 케이블 드라마가 지상파의 20% 넘는 드라마보다 매출을 더 벌어다주는 배경은 뭘까? 수수께끼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 풀린다. 대표적인 게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소비자 행동 기반 콘텐츠 파워 측정 모델인 CPI다.
CPI는 프로그램 관련 뉴스 구독자수, 프로그램 직접 검색자수, 소셜미디어 버즈량을 종합 측정해 특정 프로그램의 실질 영향력을 측정한다. 본 방송 시간대에 TV를 시청하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기존 시청률 집계 방식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가령 MBC 무한도전은 평균 시청률이 12~14%를 오르내리지만 CPI에서는 압도적인 강자다.
CPI에서 강세를 띠는 프로그램이 tvN 드라마다. 2분기에 방영된 ‘또 오해영’은 방송 시청률은 11.4%였지만 CPI지수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을 제치고 전체 1위에 올랐다. 1분기에 방영된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최고 시청률이 7%였지만 CPI지수는 전체 2위였다. 이같은 지수는 광고주에게도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설정한 광고일수록 기존 시청률 지표보다 CPI 같은 콘텐츠 영향력 지수를 더 신경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스튜디오 드래곤도 눈길을 끌고 있다. CJ E&M은 5월 기존 드라마 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을 만들었다. 설립에 앞서 2013년에는 JS픽쳐스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화앤담픽쳐스와 문화창고 지분을 획득해 경쟁력을 키웠다. 화앤담픽쳐스는 한류산업에서 영향력이 큰 김은숙 작가가 속해있다. ‘또 오해영’과 현재 방영 중인 ‘굿 와이프’가 모두 스튜디오 드래곤 작품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상파 방송 3사에도 드라마를 납품한다. 9월 MBC 월화드라마로 방영되는 최지우 주연의 ‘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KBS 수목드라마인 ‘공항 가는 길’이 편성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SBS에서 11월 방영예정인 ‘푸른 바다의 전설’이다. 한류스타 전지현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고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쓴다. 중국 등 해외시장 반응 여부에 따라 하반기에는 스튜디오 드래곤이 명실상부하게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 콘텐츠의 잇따른 시청률 호조로 광고 비수기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하반기에는 스튜디오 드래곤을 중심으로 드라마 판매처 확대와 해외사업 본격화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