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경쟁력 회복이 근본 방안…증권거래세 폐지 등 투자자 친화적 환경 조성도

 

국내 수출 산업과 내수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론 상장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필요하고 주식 시장 제도 개선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코스피가 불안한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수출 기업이 원화환율 하락(원화 강세)과 보호 무역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내수 기업은 소비 침체에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여기에 수년 간 지속된 박스피(코스피가 1850~2100선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 경험도 지수 상승을 바라보는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장기적인 한국 증시 성장을 위해선 상장 기업들의 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자본 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증권 거래세 폐지, 배당과 자사주 유인책 마련, 투자 상품 수출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부실해지는 증시의 기초 체력

증시의 근간이 되는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75조401억원으로 0.7% 성장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0%대 성장으로 저성장이 지속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연간 경제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 역시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수출 산업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자 수출대상국이 보호주의로 벽을 높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 기업들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수입규제 181건과 비관세장벽 48건을 적용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보고서에서 주요 수출업종별 협회 15곳 중 10개 업종이 직간접적으로 보호주의를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실제 철강 업종에서는 최근 미국과 인도 등지에서 무역 보호 조치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를 적용해 포스코에 60.93%, 현대제철에 13.38%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인도 역시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톤당 474달러(약 52만원)의 최저 수입 가격을 산정했다.

환율 하락도 수출 기업에겐 악재다. 10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95.4원으로 1년만에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2월 25일 원·달러 환율 1241원과 비교해 10%(145.6원) 가량 하락했다. 국내 대표 수출 업체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분기 영업이익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게 될 정도로 타격이 크다. 미국이 기준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늦출 경우 원·달러 환율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내수 시장 상황도 쉽지 않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지난 분기와 비교해 0.4% 줄어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2분기 민간 소비는 소폭 늘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등 일시적인 정책 영향을 받았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내수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음식료와 섬유의복 업종 지수는 최근 코스피 상승에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거래 활성화 절실···거래세 폐지, 배당 자사주 매입 유인책 등 대안 나와

한국 경제 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국내 증권 시장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선 기초 체력이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은 2011년부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 기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지수는 최저 10655.30에서 18595.03으로 약 74%가량 상승했다. 가까운 일본 니케이255 지수도 2011년 11월 25일 최저 8160.01에서 이달 10일 16735.12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

업계에선 증권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선 경기 회복과 상장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전제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주식시장 역동성 제고를 위한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수익성이 2010대비 크게 하락했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이 2010년 11.7%, 3.7%에서 지난해 6.9%, 2.1%로 떨어졌다. 상장 기업 성장 없이는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혁신 벤처가 창업 초기부터 모험자본 조달, 회수, 인수합병등을 원활이 수행해 국내 증시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국내 자본 시장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서 거래세 비용은 0.3%로 아시아 신흥국 평균 0.3% 높다. 투자자 거래 비용을 낮춰야 증시 역동성이 제고된다. 또 장외 주식시장 양도 소득세율을 낮추고 벤처 기업의 지분 투자 시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그는 배당과 자사수 매입을 확대하는 유인책을 도입해 주주 친화적인 시장이 돼야한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장기 투자 요인으로 확대돼 지수 상승시 매도하는 수요를 줄일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채권), 파생상품 등 투자 상품을 다양화하고 대표 상품의 해외 수출을 통해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이 역으로 기업 성장을 자극하는 장이 돼야 한다. 단순히 박스피를 벗어나기 위해 주식 거래 활성화에 힘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문제로 제기됐던 거래량 증가, 거래 대금 증가를 위해 시스템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 기업들의 배당, 자사주 매입 등 기업과 투자자간 친화적인 증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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