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 민원 증가…대법원 판결 늦어지며 고객 울화통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사 간 양보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과 생보사 간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정작 금융소비자만 중간에서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생보업계는 애초에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관련 대법원 판결이 7월 말에 나온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고 확실한 날짜조차 예상할 수 없게 되면서 보험금 지급을 기다리는 고객은 지급 여부와 관련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보험금 관련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10일 금융소비자연맹이 분석한 생명보험사의 민원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원발생건수는 총 1만5255건이다. 민원 유형을 살펴보면 판매 민원이 6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금 민원 이17.2%를 기록했다.
판매민원은 지난해 70.5%보다 4.1%포인트 줄어든 반면 보험금 민원은 14.9%에서 17.2%로 늘었다. 특히 생보사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판매관련민원이 66.4%로 최다로 나타났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심사를 더 강화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보험금 지급은 서류에서 문제가 없으면 지급이 안 되는 경우는 없다. 소비자가 보험사의 서류 요구에서 불평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기욱 금융소비자 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 민원은 보험사 서비스 척도나 업무 능력"이라며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늘었다는 건 보험금을 안 주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피해 고객을 보면 자살보험금 논란이 나오고 나서 생보사에 지급 요청을 했지만 소송 중이라며 보류를 받았다고 한다"며 "이후 판결이 나오자 소멸시효가 지났고 생보사는 또 고객에게 기다리라고 요청해 피해가 발생했다. 약속을 어기고 지급을 거부했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보사의 올해 상반기 금감원 민원은 1만846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46건 보다 500건(4.6%)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민원 건수는 줄었지만 금감원 민원이 증가했다. 생보업계는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쟁점이 되면서 고객이 금감원에 접수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고객이 보험사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데 보통 그 건수가 100건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생보사에 요구하면서 쟁점이 되자 관련 민원이 폭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 금감원 입장에서도 다 털어버리고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보험사가 소멸시효 건은 지급 보류한다고 하니 금감원에서도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생보사 민원을 다루는 직원이 10명 남짓하다. 자살보험금에다 기타 보험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게 됐다"며 "보험금 민원이 있는데 자살이 재해가 아니라는 생보사 입장을 들어줄 수도 없게 되면서 지금처럼 고객지향주의로 가게 됐다. 금감원 스스로 비난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6월 27일부터 진행한 삼성·교보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종료했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이 이달 말부턴 한화·알리안츠·동부·KDB생명 등을 대상으로 추가 현장감독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디.
반면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생보사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이달 말로 예상됐으나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예상했던 기일보다 대법원 판결이 더 늦어지고 있다"며 "8월 말이나 9월 중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이 빨리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대법원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면 경영진의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미리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