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보다 투자 인력 확충 우선"

 

금융위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 발표에도 실제로 초대형 IB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자본 규모로만 보면 초대형이 맞겠지만 수익성이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사진=시사저널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실제 초대형 IB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자본 규모로만 보면 초대형이겠지만 수익성이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9일 증권 투자 업계에 따르면 2일 발표된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두고 자기자본 확충에 큰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기자본이 많은 것과 투자를 잘하는 것을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자기자본이 많을 경우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해 자기자본이익률(ROE)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초대형 IB 육성 방안에 포함된 인센티브는 프라임브로커 업무와 기업신용공여, 부동산 담보신탁과 비상장주식 매매 업무 정도다. 이 가운데 프라임브로커서비스는 IB 미래수익모델로 꼽힌다.

증권 업계에서는 프라임브로커 업무가 연간 1000억원 가량 수익이 나오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분야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미 2조원에 육박하는 프라임브로커서비스 계약을 보유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도 시장에 진출했다. 

기업 신용공여 분야도 수익성 강화에 큰 몫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 증권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기업신용공여 시장 규모는 4조7000억원 수준이다. 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인수합병(M&A) 관련 브릿지론 등이 대부분이다. 다만 기업 신용공여가 국내 증권사 수익에 기여하는 수준은 5% 수준이다. 더구나 신용공여액이 늘어나면 리스크 관리와 신용도에 부담이 생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번 방안을 두고 한국 증권사의 신용도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제프리 리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 100%까지 기업 신용공여를 가능하게 했다"며 "기업 신용공여는 내재적으로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업무보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 중개 업무로 얻을 수 있는 전체 수수료 수익은 긍정적으로 봐서 1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러증권사가 나눠서 가져가기에는 메리트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거래는 거래 규모가 집계가 안되지만 K-OTC 시장의 일평균 거래금액이 10억원, 기존 사설 장외주식거래 사이트가 30억원 수준"이라며 "대략적으로 연간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최근 수수료 수익이 낮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수익성 기대는 낮다"고 말했다.

초대형 IB 기본 속성은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해 베팅하는 모험자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정보와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축적해야 하는 특성상 자본확충이 시급하지 않다. 결국 육성 방안과는 별도로 몸집을 키울 곳은 키우고 지켜볼 곳은 지켜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방안에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국내기업의 해외 인프라사업의 금융 조달을 주관하게 했다. 초대형 IB는 무한투자책임투자자(GP) 역할을 맡아 사모펀드(PEF) 등과 함께 해외 인프라 사업의 지분투자를 담당하는 식이다. 정책금융기관은 선순위대출을 담당하고 한국투자공사(KIC)가 메자닌 투자에 참여한다. 이미 PEF 투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투자 구조다.

문제는 PEF 시장도 투자할 곳을 못찾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국내 PEF 약정액은 60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투자가 집행된 금액은 41조원 수준이고 19조원은 투자처를 못찾고 있는 드라이파우더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형 증권사를 꿈꾸는 국내 증권사가 자본을 확충해 GP 경쟁에 들어가기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핵심 운용인력의 충원이 먼저지 4조원의 자본확충이 시급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PEF 시장이 처음 생길 때도 증권사들 간 설립 경쟁이 있었으나 지금 업계를 대표하는 PEF는 칼라일과 모건스탠리PE 등에서 이름 날리던 인력이 핵심"이라며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는 모험자본이 되려면 투자기회를 포착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력이 우선이지 자본확충을 먼저 생각할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수익을 낼 만한 메리트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금융위가 올해 3분기 중에 종합금융투자사가 정책금융기관, 국부펀드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