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9월 총파업 전까지 노조와 협상"

금융노조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해고연봉제 저지·관치금융 철폐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 사진=뉴스1

 

"민간은행 성과연봉제는 이미 시작했다. 제도적으로 완비됐고 실시 시기만 볼 뿐이다. 시중 은행장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노사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지가 가장 고민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에서 시작한 성과연봉제 도입 분위기를 시중은행이 그대로 받아 진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단체교섭이 있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며 "분위기를 보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전혀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를 저성과자 해고제로 보고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당시 교섭에 나가기 전부터 의지가 없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사측만 아니라 노조도 개별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며 "9월 총파업을 노조가 예고하면서 사측에서도 일단 이 총파업까지 노조와 협상하는 쪽으로 가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은 이미 성과연봉제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단체 교섭이 끝나지 않아 내부적으로 기다려보자는 것"이라며 "성과연봉제는 제도적으로 어떻게 도입할지는 나왔다. 실시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시중은행이 이미 성과연봉제 도입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직원 성과급에 팀별만 아니라 개인별 실적을 반영하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영업지점별로 평가 중인 기존 방식을 변경해 최대 50%까지 팀별·개인별 실적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 같은 조치가 은행연합회가 민간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나온 조치"라며 "집단성과급 체계에서 벗어나 개인성과급 체계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한은행 재택근무 도입이나 KEB하나은행 대거 승진만 봐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정책"이라며 "결국 성과연봉제 도입 방침을 가진 은행이 직원 복지 등을 높여 노조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제도라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까지 차이 나도록 하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도 은행 현실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지난달 26일 산별교섭을 재개했다. 5차 교섭이 결렬된 후 한 달 만에 가진 협상 테이블이다. 하지만 노사 양측은 예상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하영구 회장이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협상장에 먼저 나오라고 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어떤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 노조는 예정대로 9월 23일에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 성과연봉제 저지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합의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며 "성과연봉제를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통과시킬 수도 있지만, 법적인 공방이 우려된다.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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