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 10일 심문 종결…성년후견인 지정되면 신동주 타격 클 듯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2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인 사건 1차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사건 심문이 오는 10일 종결된다. 이르면 당일 결정이 소송 참여인들에게 통보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10일 성년후견인 심문을 종결한다. 재판부는 이후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 결과를 소송 당사자들에게 통보하게 된다. 통보 시점은 이르면 심문 종결 당일이나 늦더라도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통보 대상은 신 총괄회장과 청구인인 신정숙씨(신 총괄회장 넷째 여동생·79), 소송 참가를 신청한 세 자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73·구속) 롯데재단 이사장,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이다.

후견인 지정 여부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를 두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쳐왔다. 신 회장 측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문제가 없다"고 맞서 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경영권 탈환에 나서며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앞세워 왔다.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고 경영권 분쟁에서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입장이었다. 그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한국과 일본에서 각종 소송도 진행 중이다. 경영권 분쟁의 애초 명분 자체가 '신격호 지지'였던 셈이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아버지가 수년전부터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초기이던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 행동을 같이 하는 것에 대해 '진짜 본인 의지인지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건강 이상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소송전이 본격화되며 정신건강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한 언론을 통해 신 총괄회장이 5~6년 전부터 치매약 아리셉트(Aricept)를 복용해온 사실이 밝혀지며 치매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은 "예방차원에서 복용해온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지 않을 경우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멀쩡한 아버지를 치매환자로 몰았다'는 거세 비난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경영권 분쟁 자체엔 유의미한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신 회장이 이미 한국과 일본 경영권을 장악한 구조적 상황에 변화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 신 전 부회장에게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경우엔 법원이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 돼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역풍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를 앞세워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탈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포섭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진행한 각종 소송도 각하될 가능성도 있어 경영권 분쟁 동력은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6월 심문 후 "경영권 분쟁과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별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재판은 그동안 신 전 부회장 측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월 열린 첫 심문기일에 직접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재판부에 "50대 때와 판단력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당초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입원을 통한 정신감정을 결정하자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이 병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감정 공정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한된 시간에 한해 가족에게만 면회를 허용하게 했다.

신 총괄회장은 당초 입원 예정일이던 4월25일 사전 통보 없이 서울대병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당시 "신 총괄회장의 입원 거부 의지가 강하다"고 밝히며 재판부에 입원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신 총괄회장은 3주가량 후인 5월17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입원 사흘만인 같은 달 19일 법원 허락 없이 무단으로 퇴원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비협조가 계속되자 결국 정신감정 없이 과거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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