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라인 서점들 잇달아 중고서점 개설…중고LP 팔려던 현대카드는 영세상인 반발에 사업 접어

출판가에 대형 온라인 서점업체가 만든 중고매장이 인기다. 알라딘에 이어 예스24도 뛰어들었다. 반면 출판계에서는 중고매장이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 사진=뉴스1

 

중고시장이 불황 속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형업체들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 온라인 서점업체가 연이어 뛰어든 중고서점 시장이 단적인 사례다. 이런 흐름속에 영세업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형 카드업체가 이태원에 중고LP 소매점을 열려다 소매상들의 강력한 반발에 사업을 철회했다. 


직장인 유희재 씨(30세)는 알라딘 중고서점의 애용자다. 그는 “매달 5권 정도는 구매한다​며 같은 값에 여러 권을 한 번에 구매해서 좋고 보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중고서점은 책만 취급하는 게 아니다. 유 씨는 “알라딘에서 파는 클래식 음반에도 관심이 많다. 또 최근에는 책 파우치와 보조가방도 샀다”며 “책만 사러 갔다가 결국 바리바리 싸올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비자 사이에서는 대형 온라인 중고서점이 완연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출발선은 알라딘이 끊었다. 알라딘은 2008년 온라인에서 중고도서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2011년 9월 서울 종로에 오프라인 중고매장을 열었다. 알라딘 관계자는 “대구 상인점까지 28개 매장을 열었다. 일단 아직까지 새 매장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알라딘 중고매장은 미국 LA에까지 진출해 있다. 

알라딘의 라이벌 업체들도 속속들이 중고시장에 진입했다. 최근에는 예스24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예스24는 4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250평 규모 첫 오프라인 매장인 ‘예스24 강남’을 열었다. 중고 도서를 직매입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8만 여권의 중고도서와 중고 DVD, 중고 음반 등이 갖춰져 있다. 인근 150m 거리에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이 자리한 게 눈에 띈다.

알라딘 관계자는 “당장 경쟁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고 해서 매출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면서 “중고서점 자체가 수익이 크게 나는 사업은 아니다.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책 사업의 일환이다”라고 밝혔다.

중고서점 시장이 성장하다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생겼다. 지난 5월 부산 진경찰서는 중고서점에서 물건을 훔친 뒤 다시 같은 중고서점에 되판 혐의(절도)로 김 모씨(49)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산 부산진구의 한 대형 중고서점에서 영화 DVD와 음악CD, 책 등 78만원 상당을 10차례에 걸쳐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중고서점에서 음악CD에 긁힌 자국을 이유로 내 물건을 제때 사주지 않아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영세한 출판시장에 자본력을 갖춘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질서가 왜곡됐다는 비판도 많다. 출판사 측은 유통질서가 망가졌다고 하소연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이 할인율로 시장을 잠식하자 도서정가제가 나온 건데 되레 그 혜택은 기업형 중고서점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서점업 진출길이 막힌 대형 온라인 업체들이 그 돌파구로 중소서점을 택했다는 시선도 있다. 현재 서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중고서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단 서적·잡지류 소매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위는 2019년 2월 말까지 연장됐다.

최근에는 음반시장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문화마케팅으로 유명한 현대카드는 지난 6월 서울 이태원에 음반매장 ‘바이닐 & 플라스틱(Vinyl & Plastic)’을 개장했다. 그러자 당장 영세 소매상들이 반발했다. 중고 바이닐(LP)판매와 현대카드 회원에게 부여하는 20%의 할인율이 논란을 불붙인 도화선이었다.

이에 음반소매상들은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를 꾸리고 ‘바이닐 & 플라스틱’ 매장 앞에서 지속적으로 피켓 시위를 열었다. 김지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장은 “소매점 개장 이유는 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 비난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문화산업 전문가는 “바이닐 시장이 대중적이진 않지만 특성상 가격이 천지 차이라 크게 수익을 낼 수도 있는 시장이다. 특히 LP판을 듣기 위해서는 이를 돌리는 사운드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인기가수들도 LP판 제작에 나선 마당”이라며 “현대카드 주장처럼 음반시장 확대 기여라기보다는 LP판 시장에 독과점 깃발을 꽂겠다는 목적이 뚜렷한 사업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대카드는 이달 초 보도자료를 내고 중고 바이닐(LP)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교보 핫트랙스’ 주요 매장에서도 중고 바이닐을 취급하고 있어 불협화음을 예상치 못했다”며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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