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비용 큰데다 중국 정부 견제까지 악재 겹쳐…수익성 개선 전망도 엇갈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들이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불거진 중국의 한국 배터리 업체 견제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계속해 왔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가 중대형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여기에 2012년부터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B3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678만대 수준에서 2020년이면 1045만대로 늘어나 연평균 30%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본 파나소닉(32.5%)과 중국 BYD(15.1%)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BYD는 지난해 같은 기간(7.3%)에 비해 점유율을 대폭 늘렸다. 국내 업체들은 LG화학 5위(7.8%), 삼성SDI 6위(5.2%), SK이노베이션 8위(2.9%)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전지사업에서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3억원 수준이던 적자폭이 2분기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삼성SDI도 2분기 매출 1조317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542억원이 발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롯데케미칼에 화학부문을 넘기고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가 포함된 기타사업 부문에서 37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배터리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며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순간부터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전체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지속적인 투자로 기술력에 있어서는 해외 업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며 “2020년 정도가 되면 국내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국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초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 배터리에는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기로 한 반면, 한국 기업의 삼원계 배터리 장착 전기버스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원계 배터리 안전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은 전기버스값의 최대 80%를 보조금으로 주고 있다. 보조금 지급 중단은 한국 배터리의 중국시장 진출을 차단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 최근에는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서 LG화학과 삼성SDI를 탈락시켰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재인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증권업계도 배터리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중대형 전지 부문의 심각한 원가 경쟁력으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SDI가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2009년 1월 GM과의 2차 전지 공급 계약 이후 7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2차 전지 부문 수익성은 여전히 부진하다”며 “세계 2차 전지 및 전기차 산업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미래 시장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당장의 실적만 가지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