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 적용범위·소송요건 등 대폭 완화…"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더이상 방치 안돼"
제1, 2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앞다퉈 경제민주화 법안을 내놓은 가운데,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9일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김 대표 안보다 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보면 우선 다중대표소송제 적용 대상 범위가 김 대표 안보다 대폭 확장됐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채 의원 안은 적용범위를 모회사 지분율이 30%를 넘는 기업으로 함으로써 김대표안에서 지분율이 50%가 넘는 모자회사 관계에서만 가능하도록 한 것보다 대상 범위를 크게 넓혔다. 상법상 모자회사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사까지 다중대표소송제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또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상장회사의 경우 현재 최근 6개월 동안 0.0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 한해 소송 제기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채 의원 안은 이 요건을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같이 '6개월 동안 0.001% 이상'으로 낮췄다.
여기에 더해 소송 실효성 확보를 위해 다중장부 열람권도 허용하도록 했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그 대상이며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동안 0.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의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다. 현재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소수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독려하고자 했다.
채 의원은 "최근 총수일가 일탈 등 기업들이 지배구조상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법률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입법예고안 내용을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손질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등 야당 의원 19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