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실적 악화에 비용 절감 대상으로 '낙인'
증권사의 ‘꽃’ 애널리스트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리지(증권 위탁매매) 부문을 비롯해 증권사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시장 신뢰가 떨어진 것이 애널리스트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5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1087명으로 2014년 1231명과 비교해 1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53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인력이 2% 안팎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애널리스트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특히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 감소세가 현저했다. NH투자증권은 2014년에는 애널리스트가 91명에 달했으나 9일현재에는 73명으로 19.7%나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은 85명에서 69명으로 18%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각각 10%(9명), 17%(5명) 애널리스트 인력을 감축했다.
중소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IBK투자증권은 2014년 애널리스트 24명을 보유했지만 이달 들어 19명으로 줄었다. 신영증권 역시 같은 기간 25명에서 19명으로 애널리스트 인력이 축소됐다.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도 애널리스트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가 한 명이거나 한 명도 없는 증권사도 존재한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리딩투자증권은 2014년 애널리스트 12명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단 1명이 리서치센터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직원수 61명의 비엔피파리바증권 애널리스트 수도 1명에 불과했다. 한국스탠다드차다드증권과 한국에스지증권은 단 한 명의 애널리스트도 보유하지 않았다.
이같은 애널리스트 감소세는 증권사의 실적 악화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증권사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 비중이 줄면서 애널리스트가 우선적인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됐다. 실제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수수료 수익 구조에서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1년 67.9%에서 지난해 56.7%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로커리지 매매 비중이 줄자 증권사 전체 실적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 예상 수익은 약 303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6%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서도 46.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거래량 감소, 거래 대금 감소가 위탁 매매 수수료 감소를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구조에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줄고 있다”며 “증권사 주요 수입원이 침체되자 전체적인 실적 압박이 강해졌다. 이 가운데 수익 구조 개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애널리스트도 조정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과거 기업 정보가 부족했던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고 투자 판단을 했던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직접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졌다. 여기에 매수 편향적인 의견 탓에 애널리스트 주체성과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됐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 애널리스트 보고서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8월 들어 9일 현재까지 51개 증권사 중 29개사가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