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2400여개 제조업체 대상 설문…에너지∙환경, 바이오∙헬스, ICT융합 등 유망산업 꼽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제4차 산업혁명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우리나라 기업들 중 절반 가량은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지금 수익원은 사양화 단계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저성장 시대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환경, 바이오헬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성장 시대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49.9%)지금 수익원은 사양화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귀사의 생명력은 얼마나 유지될까라는 질문에 평균 84개월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시장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업종이 65개월로 가장 짧았다. 자동차 8, 기계∙철강 9, 정유 10, 섬유 159개월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기술력 개발에도 불구, 시장과 경쟁자들이 더 빨리 변하고 있어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객에 대한 단기적 대응에 급급하고 중장기적 변화를 외면할 경우 시장 범용화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대내외적 시장환경 변화속도를 100마일이라고 할 때, 귀사의 적응속도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74마일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시장환경 변화가 어떤가를 묻는 질문에 경쟁은 많이 심화된 반면 규제나 자금조달은 조금 나아졌다고 답했다. 2008년 경쟁개선도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90으로 더 심화됐고, 노동시장 유연성은 94.1까지 떨어졌다. 사회적 책임 완화도도 96.5까지 악화됐다. 반면 규제 개선도와 자금조달 개선도는 각각 105, 103으로 소폭 상향됐다.

 

지금의 수익원도 뚝딱 범용화∙사양화되는 시대,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란 물음에 기업들은 융합(24.8%), 저비용∙고품질(17.2%), 사회공헌(13.3%), 창조적 인재(13.2%) 등을 꼽았다.

 

특히 지금은 우리 전통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융합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데 기업의 66%는 동의했다. 미래 융합 가능한 기술에 대해 ICT∙가전 업종은 사물인터넷(IoT)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자동차 및 부품기업들은 인공지능∙로봇∙3D프린팅∙드론 등을 꼽았다. 스마트쉽 등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는 조선 및 기자재업종은 인공지능∙로봇∙3D프린팅, 가상현실(VR) 등에 관심을 표했다.

 

신현만 연세대 교수는 융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가 먼저 열심히 배워야 한다천리마를 재빨리 알아채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 뜰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산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에너지∙환경(34.4%), 바이오∙헬스(21.5%), ICT융합(19.2%),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ICBM)(15%), 고부가가치 서비스(9.4%) 등을 꼽았다.

 

혁신을 위한 정부정책을 묻는 질문에 미래산업의 모험자본 유입환경 구축이 4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규제혁신(46.2%), 창조적 인재육성(31.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국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하위권에 그친다불황에 쫓겨 단기이익에 급급하다 보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소중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분야 등에서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10대 그룹은 전략 대화 간담회를 열고, 신산업 투자, 주력산업 고도화, 수출활력 회복 등을 위한 구체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바이오∙제약,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친환경차, 수처리, 자동차 부품, 태양광 등 신산업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급인력 육성, 융∙복합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애로 해소, 스마트 공장 확산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관섭 산업부 차관은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면서 세계 각국이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프린터, 스마트카 등 첨단 기술이 기존 제조업과 융합, 생산력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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