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마이너스 적용한 '헐값 매각'이 큰 아쉬움 남겨
SK그룹이 지난해 11월 인수한 SK머티리얼즈(옛 OCI머티리얼즈)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주가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지 않고 매각한 OCI로서는 배가 아픈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분 양수도한 기업들의 경영권 프리미엄 단순 평균이 20%대 인 것을 감안할 때 SK머티리얼즈 헐값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OCI 역시 이 매각을 통해 2분기 흑자전환 하면서 서로 윈-윈했던 거래로 평가된다.
SK머티리얼즈가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SK머티리얼즈는 2분기 잠정 매출 1165억원, 영업이익 388억원을 냈다고 지난달 20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3% 늘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7%, 12.8% 증가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자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 종가 기준 시총은 1조 6031억 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중 시총 순위 7위에 올랐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1월 15일 종가 10만3000원에서 1일 종가 15만3200원으로 약 48% 올랐다. 이는 인수 1년도 되지 않아 만들어낸 실적과 주가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OCI로부터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 등 글로벌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SK머티리얼즈는 인수 이후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사업 확장과 제품 다각화를 추진했다. 특히 산업용 가스 생산 업체인 SK에어가스를 인수해 산업용 가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했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의 ‘반도체 사랑’ 중심에 선 기업이다. SK그룹은 2010년도에 들면서 반도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2년 2조 3747억원에 인수한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가 대표적이다.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SK하이닉스는 3년 연속 최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국 기업의 반도체 진출, 원가 경쟁 지속 등 업황 악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SK머티리얼즈 인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한편 지난해 OCI는 주력 제품인 폴리실리콘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OCI는 태양광 시장 성장성에 힘입어 한 때 주가가 주당 60만원대에 거래 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로 폴리실리콘은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OCI는 악화된 시장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느냐, 집중하느냐 기로에 섰고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시 OCI머티리얼즈는 그렇게 매물로 나왔다.
서로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거래에 SK머티리얼즈 매각가가 문제가 됐다. SK그룹과 OCI는 1주당 지분 양수도 가격을 기준 가격인 주당 9만7690원에서 4690원을 뺀 9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양수도 지분은 49.1%, 인수가는 4816억원이었다. 당시 OCI머티리얼즈가 3분기 누적 매출 2411억원, 영업이익 766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였던 것을 감안하면 OCI로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에서 경영권 프리미엄률은 단순 평균 23.95%였다. 업종별 비교가 필요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OCI머티리얼즈처럼 경영권 프리미엄률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28개사에서 9개사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적자 기업이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대다수였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률을 30~60%로 책정하기도 했다.
실상은 SK보다 OCI가 더 급했다. OCI는 지난 5월말 OCI머티리얼즈 매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OCI머티리얼즈 실적 호조로 주가가 급등했다. 업계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가 1조원이 넘을 것이란 예측이 넘쳤다. OCI에 군침을 흘리던 인수 후보들이 비싸다며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후 매각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고 주가가 떨어졌다. 이 때 SK그룹이 나섰고 인수에 성공했다. 재무구조 개선 및 태양광 발전 사업 역량 강화가 급선무였던 OCI 역시 만족할만한 거래였다고 자평했다.
현재로선 SK가 이득을 본 거래가 되고 있다. 과도하게 낮았던 경영권 프리미엄 덕에 싸게 매입한 셈이 됐다. 당시 기준 주가인 9만7690원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단순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률 23%를 적용하면 6222억원이라는 인수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책정되면서 약 1400억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반도체 사업 내 시너지가 극대화하면서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
OCI로서는 더 비싸게 판매할 수도 있었다. 승승장구하는 SK머티리얼즈를 보면 배가 아픈 거래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OCI 역시 매각 대금으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한 덕에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OCI는 2분기 매출 6637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재무구조 개선도 지속하면서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134%에서 꾸준히 감소해 91%까지 떨어졌다. 총 차입금은 2256억원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와 OCI 지분 양수도 거래는 서로 승자가 되는 거래로 호평을 받았다. 실제 SK는 반도체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반면 OCI는 태양광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다만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매각 금액이 낮게 책정된 것은 OCI에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