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형 ISA' 수익률 코스피보다 높아…'대규모 머니무브 자제해야'
"일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ISA 모델포트폴리오가 있다. 하지만 고작 4개월 지난 수익률로 비교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1년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 단기수익률만 보고 계좌를 갈아타는 것은 장기투자 상품에 맞지 않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저조한 수익률에도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머니무브(자금이동)'가 시기상조라고 조언했다. ISA 계좌가 장기 상품인 만큼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ISA 최근 3개월 수익률이 코스피(KOSPI) 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나 단순 수익률만으로 ISA 효율성을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는 'ISA 다모아'를 통해 증권·은행 등 금융회사별 일임형ISA 수수료·수익률 공개했다. 증권사 16사, 은행 9사에서 판매하는 총 150개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수익률은 최고 3.58%에서 최저 -1.49%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성적은 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증권사 모델포트폴리오 130개 가운데 103개 MP(88.8%)가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13개(11.2%)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은 34개 모델포트폴리오에서 25개(73.4%)가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9개(26.5%)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사 일임형 ISA 평균 수익률은 0.91%로 은행보다 약 2.7배 높았다. 또 수익률 상위 30개 모델포트폴리오 중 93.3%(28개 MP)가 증권사로 집계됐다. 은행 수익률은 대부분 0%에 몰렸다. 전체 34개 모델포트폴리오 중 절반 이상(18개)이 0%대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ISA 수익률이 의미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수익률과 비교한 게 아니라 단순 수익률을 발표한 것이다.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모델포트폴리오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출시 이후 4달 동안 국내외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중간에 큰 리스크도 있었다. 현재 수익률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윤신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개월이라는 단기간만 놓고 보면 국제 경기 자체가 좋지 않았다. ISA 수익률이 높지 않은 이유"라며 "다만 ISA 수익률이 다른 투자 수익률과 비교해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단순히 ISA 수익률만 보고서는 운용 실적 평가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ISA의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과 코스피 지수를 비교한 결과 150개 모델포트폴리오 가운데 136개(90.67%)가 지수수익률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0.37% 하락했고 일임형 ISA 전체 MP의 평균 수익률은 0.79%를 기록했다.
업권별로 비교해 보면 은행권은 34개 모델포트폴리오 가운데 6개(17.64%)가 수익률이 마이너스(-)0.37% 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116개 모델포트폴리오 중 8개(6.90%)가 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
증권업계는 수익률이 은행보다 높게 나온 만큼 은행 ISA에 쏠린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성인모 금투협 WM서비스본부 본부장은 "이번 업권 통합공시가 최근 시행된 계좌이전제도와 함께 업권·회사·상품유형 간 머니무브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재칠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수익률을 말할 때가 아니다. 1년이 지난 뒤 기준 수익률이 제시되면 자금 이동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금 이동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 수석연구원도 "수익률에서 증권사 상품이 압승을 거뒀지만 투자자는 단순히 수익률만 보고 증권사를 선택하기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누적 수익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계좌이동 시 은행과 증권사 변경과 상품 변경에 따른 수수료가 붙는다. 자금 이동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은행 관계자는 실적 압박으로 인한 불완전판매가 저수익률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발표 이후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을 산출해 일부 모델포트폴리오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왔다"며 "현재는 주식이 회복된 상태라 차후 수익률도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할당된 건수 채우기가 ISA 출시 전부터 있었다. 무분별한 계좌 만들기가 저수익률 결과를 초래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일단 채우고 보자는 식의 직원 간 경쟁을 그만둬야 한다. 제대로 된 수익률을 내기 위한 방법을 은행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