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위축 우려에 투자수요 증가

 

최근 3분기 토지 거래량과 비중.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일대 부지 / 사진=뉴스1, 자료=국토교통 통계누리

주택 시장 위축 조짐에 토지(지상에 시설물이 없는 나대지) 거래량이 늘고 있다. 정부‧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등 각종 개발정책을 통한 토지 시세차익을 노리고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28일 국토교통 통계누리(stat.molit.go.kr)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순수토지 거래량은 55만6571필지로 나타났다. 순수토지 거래량 55만6571필지는 지난해 상반기 54만7902필지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전체토지는 순수토지와 건축물 부속 토지로 나뉜다. 건축물 부속 토지는 대지 위에 주택‧공장‧빌딩 등의 건물이 있는 땅이다. 건축물 거래 시 건물 소유권과 함께 일정 비율의 토지도 함께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주택거래가 늘면 건축물 부속 토지 거래량도 증가한다. 반면 순수토지는 건축물 부속 토지와 달리 지상에 시설물이 없다. 순수토지는 나대지라고도 불린다. 

전체토지 거래량에서 순수토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된 전체토지 중 순수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9.5%다. 지난해 상반기 35.8%, 하반기 37%에 대비 순수토지 비중이 점차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건축물 부속 토지 거래량 비중은 최근 3분기 연속(64.2%->63%->61.5%) 감소했다.

토지는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진다. 인접한 지역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토지 구매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따라서 토지 구매 시 거래소요 기간이 주택에 비해 길다. 이에 지난해 주택경기 호황으로 거래가 늘면서 건축물 부속 토지 거래량이 늘었다. 미래가치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과 함께 환금성을 고려해 투자수요가 주택으로 모였다. 주택거래가 늘면서 덩달아 건축물 부속 토지 거래량도 늘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주택매매가격도 같은 기간 0.1%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주택 구입 시 수요자들은 미래가치 상승을 염두에 둔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주택공급 과잉우려로 수요자들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순수토지 거래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주택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상대적으로 하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발호재를 염두에 두고 순수토지를 구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의 순수토지 거래 선호현상은 수도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의 올해 상반기 건축물 부속 토지 거래량이 상반기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반면 순수토지 거래량은 10% 이상 늘었다. 최근 수도권은 중앙정부가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산업단지 유치 등의 개발호재를 유도하고 있다. 지가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수요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방 일부 도시도 순수토지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울산시와 세종시가 대표적이다. 두 도시는 건축물 부속 토지 감소율 대비 순수토지 증가율 격차가 최소 20% 이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두 지역은 개발요인이 풍부한 지역”이라며 “이에 토지 거래량도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울산의 경우 지난달 말 준공된 우정혁신도시가 대표적인 개발호재를 안고 있다. 신생 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지식산업센터가 혁신도시에 입주할 예정이다. 또한 10개 공공기관(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혁신도시 인근 재개발 기대감으로 토지 투자수요가 늘었다. 

세종시의 경우 4생활권이 올 하반기 첫 아파트 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4생활권 인구유입과 함께 추가 인프라 확충을 세종시에서 계획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역~오송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도 들어섰다. 세종시 내 개발수요가 예상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경기가 고점을 찍었다고 수요자들이 판단했다. 수요자들이 주택 대신 순수토지를 선호하고 있다”며 “당분간 순수토지 거래량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심 교수는 단기성 차익을 노린 순수토지 거래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개발을 목적으로 순수토지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토지개발이 이뤄지려면 용도변경이 필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적어도 20년 이상의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순수토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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