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쟁 치열해지며 기업 및 국가 간 인재 영입 경쟁 심화
반도체 업계 기술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이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 전쟁은 국가 간, 기업 간 다양한 구도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 집약 산업의 끝인 반도체 산업은 특히나 인재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기술 인력 경쟁력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인재를 선점하고 뺏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특히 매력적인 인재로 ‘미국에서 전자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과장급 인사’를 입을 모아 꼽는다. 전자공학과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개발 인력은 생산 공정과 관련한 하드웨어적 부분과 소프트웨어 능력이 모두 필요한데 전자공학과 출신은 이 둘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장급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선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사급은 곧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자공학과 외 화학공학, 재료공학 전공자들도 인기가 있지만 반도체 인력 90%는 전자 및 전기공학과 출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재 영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 ‘외국대학 전자공학과 박사학위 취득자’를 선점하기 위해 업체들은 기다리지 않고 미리 움직인다. 외국대학의 박사과정에 있는 이들을 직접 접촉해 계약을 맺고 학위를 취득하면 과장급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경쟁사 간 인력 이동 역시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동종업종이란 특성 상 곧바로 경쟁사로의 이직은 사실상 금기시 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이동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한 국내 굴지의 반도체 업체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이런저런 방식으로 이동을 막고자 해도 잘못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인력에 대한 중국기업들의 러브콜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해외 인재 영업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LCD산업을 키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기술력 없는 규모는 아무 의미가 없는 산업이다. 중국기업들이 인수합병으로 기업을 키우고 있음에도 국내업체들이 비교적 덤덤한 것은 차원이 다른 기술격차 때문이다. 다만 인재를 빼가는 것과 관련해선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XMC를 인수했다.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에게 가로막히자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반도체 업계는 칭화유니그룹이 양적 팽창을 이룬 만큼 본격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통상적으로 중국은 국내 반도체 인력에게 기존연봉의 최대 9배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적 조건이지만 의외로 쉽게 움직이진 않는다고 한다.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과장급 인사는 “파격적 조건이라고 하지만 1년 쓰고 버려질 위험 때문에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에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하지만 정해진 외국인 거주 지역에 살아야 하고 나가는 돈이 많아 돈을 모으기가 힘들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 인력의 중국행을 주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