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비자금 수사에 속도
신영자(74)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다. 범죄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던 신 이사장이 구속기소되면서 지지부진한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6일 중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신 이사장을 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과 아들 장 모(48)씨의 자택, 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 등을 압수수색한 지 50여일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의 면세점 사업부를 총괄하면서 면세점과 백화점에 입점 시켜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5여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챙기고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명품 수입·유통업체 BNF통상의 회삿돈 4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BNF통상은 엘리자베스 아덴(Elizabeth Arden), 휴고 보스(HUGO BOSS) 등 고급화장품의 롯데면세점 입점 컨설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서 신 이사장의 아들 장 씨는 매년 100억원 급여를 받아 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이사장은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세 딸도 임원으로 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40여억을 지급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장 모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BNF통상을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로비창구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구속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줄곧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사실이) 입증이 돼 있기 때문에 시인하고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롯데가 다른 그룹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들 중 일부가 장부조작 등을 통해 롯데그룹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에 대해 기소 이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를 상대로 법인세 소송 사기를 통해 250억원대 세금을 부정 환급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소송을 대리한 로펌도 조사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금환급 소송 당시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였던 허수영 사장과 신동빈 회장에 대해선 소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등이) 당시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