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교체 들어간 기아차 니로와 같은 인젝터… 현대차 “부품 불량 보고된 바 없다” 무상점검 회피
현대차 친환경차량 아이오닉에 제동이 걸렸다. 기아차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가 주행 중 엔진경고등 점등 문제로 부품 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동일한 부품을 쓰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아이오닉 구매자들이 “같은 부품 쓰는 니로에서 문제가 발생됐다면 아이오닉도 무상 점검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나섰지만, 현대차는 아이오닉 부품 불량 문제가 보고된 바가 없다며 무상 점검을 회피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지난 5일부터 니로 인젝터 점검 및 무상교체를 실시하고 있다. 인젝터란 연료를 엔진 연소실 내로 분사하는 부품이다. 인젝터는 연료를 뿜어 줄 뿐 아니라 연료가 공기와 잘 섞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인젝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엔진 회전이 불안정해져 차량 진동이 심해지거나 가속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니로 운전자 중 다수가 장기간 동안 차량을 방치한 뒤 시동을 걸면 차량이 ‘꿀렁’이는 증상을 겪는다고 호소하자, 기아차는 인젝터 불량을 시인했다. 기아차는 올해 3월 10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생산된 니로 7847대에 한해 부품 교체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차 운전자는 오는 12월 31일까지 기아차 협력사에서 인젝터를 교환 받을 수 있다.
니로에 품질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현대차 아이오닉도 인젝터 이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니로와 아이오닉은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하는 ‘쌍둥이차’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같은 인젝터를 장착했다. 이 탓에 아이오닉 운전자들은 니로 인젝터 불량문제에 불안감을 호소해 왔다. 실제 이달 들어 니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아이오닉 운전자 제보가 증가하고 있다.
증상은 니로와 같다. 장기간 주차 뒤 시동을 걸면 차량 꿀렁임 현상이 나타나고 주행 중 엔진경고등이 점등된다는 것이다. 김해에 거주하는 아이오닉 차주는 지난 9일 아이오닉 동호회 사이트에 “엔진경고등 문제로 협력사 3회, 서비스센터 3회 입고했다. 센터에서 인젝터 문제를 말했다”며 “RPM이 높아지거나 연비가 갑자기 떨어진다면 인젝터 불량을 의심해보라”는 글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기아차 니로만 부품 무상교체를 받게 되자 아이오닉 차주들이 원인이 다른 차량 문제도 인젝터 문제로 귀결시키려는 ‘밴드웨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동호회 게시판에는 아이오닉 진동문제 및 엔진경고등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지난해 12월부터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오닉 차주들이 밝힌 현상들이 대표적인 인젝터 불량 증상이라고 말한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인젝터는 실런더 효율을 끌어올리고 동력전달 능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인젝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연료분사 정밀도와 실린더 힘의 균형이 깨져 차량이 꿀렁일 수 있다. 니로와 아이오닉이 보이는 증상이 바로 그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연구소 관계자는 “아이오닉이나 니로는 전장부품이 많고 신기술이 많이 적용돼 자체실험이 자주 이뤄진다. 많은 경우의 수를 두고 시험평가를 거치며 이는 판매 후에도 마찬가지”라며 “아이오닉도 이 같은 과정에서 미세한 문제점이 나올 수 있고 연구소에서 실험결과를 왜곡할 이유는 없다. 다만 특정 부품 교환 등의 문제는 사측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품질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아이오닉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오닉이 친환경브랜드를 내세운 만큼 소비자 평판에 금이 간다면 향후 글로벌 마케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염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특정 차종에서 공통분모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간과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기업이 직접 나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아이오닉은 3개 차종으로 꾸려지는 친환경 라인업이다. 이 같은 품질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향후 글로벌 판매량이나 홍보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측은 “아이오닉과 니로가 같은 인젝터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니로 인젝터는 내구성이 아닌 작동과정에서 문제를 보인 것이다. 니로에서 발생한 문제를 아이오닉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