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일탈…이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의혹까지
툭하면 제왕적 오너 리스크를 일깨우는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해진다. 해당 기업과 당사자들은 그때마다 사태 수습에만 열을 올린다. 진정성 보다는 사건 무마용이란 지적이 적절하다. 재벌에 대한 사회적 여론도 악화된 지 오래다. 사건 발생 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모습이 되풀이되지만 허공의 메아리처럼 들린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 롯데그룹 형제의 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신영자 롯데장학제단 이사장의 로비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김정주 넥슨 대표의 검찰을 상대로한 불법 로비에 세상의 눈이 쏠린 와중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마저 불거졌다.
사회 정의도 무색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재벌의 영향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 뻗쳐 있다. 재벌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 있어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 속에 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주들과의 약속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하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겠다는 뜻도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김정주 넥슨 대표는 본인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했다. 김 대표는 진경준 검사장에 비상장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준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며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넥슨 강남 신사옥 부지 매입에 진 검사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급기야 지난 21일에는 뉴스타파를 통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이 유포됐다. 사건의 본질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은 상황에서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만약 성매매가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책임을 마땅히 지워야 한다. 사회적 지탄도 피할 수 없다. 재벌이란 이유로, 또는 사회 권력층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방조하는 기업도 문제다. 삼성그룹은 어떤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정하는 것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사건으로 인해 세인의 관심 속에서 빨리 사라지길 바라며 언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재벌들의 안이한 행태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사건 발생 후 기업과 당사자는 의혹을 철저히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조사가 이뤄지면 한결같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어딘지 모르게 진정성은 부족해 보인다.
재벌 총수 일가들의 사건∙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0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씨는 서울 용산의 모 호텔 고급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종업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집기를 부쉈다. 이에 앞서 2007년엔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씨가 서울 북창동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보복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베테랑'과 '내부자들'은 재벌의 민낯을 낱낱이 꼬집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부조리한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씁쓸한 여운은 가시질 않는다. 내부자들 중 백윤식(이강희 역)은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위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는 재벌들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승자독식제로 인한 재벌 구조가 뿌리 깊은 병폐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행실을 바로 하고 사회적 모범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