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결절지 롯데마트 서울역점 가보니…사드 영향인 듯 화장품 코너는 한산
마트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목록으로 떠오른 과자와 라면 등을 사는 데 용이한 유통채널이다. 특히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유커 결절지로 꼽힌다. 이곳은 공항철도가 들어선 덕에 유커들이 출국 전 방문해 대량으로 상품을 구입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마트 용산점도 같은 특수를 누린다. 반경 500미터 안에 호텔과 레지던스도 여럿 있어서 저녁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기자는 유커의 쇼핑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았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후 2주째를 맞아 유커 동향을 살펴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3시간 넘게 유커들의 쇼핑 패턴을 지켜본 결과 식품별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도드라졌다. 과자는 오리온 제품이 인기가 많았다. 라면 코너에서는 유독 농심이 강세였다. 김은 모든 유커들의 쇼핑 카트에 담겨 있었다.
22일 오전 11시 즈음 서울역 뒤편에 있는 롯데마트 후문으로 들어섰다. 하필 문 앞에서 쇼핑 물품이 담긴 과자박스를 들고 가는 한 무리의 유커들과 마주쳤다.
평일 오전이라 매장은 한산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유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가 넘는 매장이다. 실제 매장 곳곳에는 중국어로 된 안내판이 가득했다. 한 판촉 코너에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동시에 안내 문구에 적혀있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주로 가족단위로 방문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20~30대 여성이 짝지어 무리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동남아 관광객도 이따금씩 보였다.
과자코너에는 유독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특히 오리온 과자의 인기는 뜨거웠다. 마켓오를 사가는 유커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마켓오 브라우니 세트는 2013년과 2014년 롯데마트 서울역점 유커 인기 상품 1위에 오른바 있다.
오리온의 중국 내 인기도 유커의 호감을 끌어올린 동력이다. 지난해까지 오리온은 중국 내에서 6개 제품을 1000억원 브랜드로 키워냈다. 초코파이, 오감자, 예감, 고래밥, 자일리톨껌, 큐티파이다. 이 6개 제품의 매출 합산만 1조 250억원에 이른다. 올해부터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마켓오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유커들의 국내 쇼핑 트렌드에서도 그 인기가 증명된 셈이다.
기자가 3시간 넘게 중국 관광객들의 카트를 살펴보니 어김없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제품이 있었다. 김이다. 가족단위로 온 한 중국 관광객에게 물으니 서툰 영어로 “한국에 가면 김을 꼭 사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김을 파는 코너로 이동했다. 이미 판촉부스 앞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판촉행사를 하던 판매원은 “여기 오는 중국 사람들은 김, 과자, 화장품만 사간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런지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유독 김 코너 규모가 컸다. 또 개별 김 제품 앞에는 각 제조사에서 만든 중국어 홍보문이 부착돼있었다.
라면도 중국인들의 주된 쇼핑 아이템이었다. 특히 농심 제품의 인기가 많았다. 농심 중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2억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규모다. 특히 신라면은 직전 해보다 25% 늘어난 5000만 달러(한화 568억원)어치나 팔렸다. 이에 농심은 올해 상하이 공장을 증설해 라면수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내 인기는 유커들의 쇼핑에도 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한 중국인 여성 관광객은 카트에 농심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맛짬뽕, 짜왕을 한 묶음씩 모두 담았다. 한 무리의 중국 10대들도 짜왕을 구매해갔다.
하지만 이곳도 사드의 여파를 온전히 피해가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곳 마트에서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을 가장 많이 상대한다는 김 코너의 판매원은 “뉴스 때문인지 이번 주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되레 일본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일본은 휴가 기간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품 코너는 유독 한산했다. 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등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매장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었지만 낮 2시 가까이까지도 유커 모습은 드물었다. 한 유명 화장품 매장의 판매원은 “화장품 코너에 중국 관광객이 잘 안 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왜 그걸 물어보냐”며 직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