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업계 실적 빨간불

 

 

폴리실리콘 가격이 9주 연속 빠졌다.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에 대한 추가 압박이 더해지는 가운데 하반기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7월 네 번째 주 폴리실리콘 스팟(수시계약)가격은 전주대비 0.1달러 하락한 ㎏당 16.01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폴리실리콘 가격은 9주 연속 빠졌다. 5월 세 번째 주 ㎏당 17.08달러와 비교해 2개월만에 1달러 넘게 내렸다. 

PV인사이트 관계자는 “하반기 중국의 태양광 설비 수요가 줄어 태양광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중국을 넘어 아시아로 그리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초까지만 해도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 분위기는 좋았다. 2월 최저점을 찍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14주 연속 올랐다. 제품 가격 반등으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와 한화케미칼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 OCI가 4년 만에 폴리실리콘 사업부에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5월 이후 폴리실리콘 가격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폴리실리콘 공급과잉 우려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견조한 수요가 있어 상반기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신규 태양광 설비 15GW 규모를 확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상반기에 10GW가 넘는 신규 설비가 완성됐다. 반면 공급량을 줄었다.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으로 올해 초 메이저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이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였다.

하반기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러니하게 중국이다. 상반기 3분의 2가 넘는 신규 설비를 설치한 중국이 태양광 신규 설치 속도를 줄이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태양광 시장의 둔화는 폴리실리콘 가격에 결정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태양광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 시장은 폴리실리콘 수요의 7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메이저 폴리실리콘 업체들도 하반기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REC는 7월부터 중단했던 16300만톤 규모 폴리실리콘 생산을 재개한다. 이는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5%다. 독일 화학사 바커(Waker)는 지난달 미국 테네시주 찰스턴에 신규 폴리실리콘 공장을 준공했다. 바커는 올해 3분기부터 연산 2만톤 규모로 상업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전방제품인 모듈 가격 하락도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모듈 스팟가격은 전주대비 0.004달러 떨어진 와트당 0.487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 초반 와트당 0.55달러 수준이던 모듈 가격이 급락했다.

모듈 가격 하락 원인에 대해서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모듈이 쏟아져 나와 글로벌 모듈 가격을 끄집어 내리고 있다”며 “올해 중국 내 태양광 신규 설비 프로젝트가 얼마 남지 않아 중국 업체 간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내수 시장 경쟁에서 수요처를 찾지 못한 업체들의 모듈이 세계 시장으로 나와 공급 과잉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특히 폴리실리콘 사업이 매출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OCI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한화케미칼은 비교적 우려가 적다. 한화케미칼이 수익을 내기 위한 폴리실리콘 가격은 16달러 수준이지만 이 회사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을 납품하는 한화큐셀의 셀 생산능력은 5.2GW로 세계 1위다. 게다가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 이외에도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지 않다.

업계에서는 OCI가 한화케미칼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14,5달러 정도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OCI는 폴리실리콘 사업 비중이 매출 중 약 40%를 차지해 제품 가격 하락은 실적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한다.

하반기 마땅한 대응책도 없는 상황이다. OCI 관계자는 “현재 폴리실리콘 사업 실적은 손익분기점에 걸쳐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를 봤을 때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생산단가를 줄이는 것 뿐”이라며 “하지만 전기비용 등 유틸리티 비용이 생산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이를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폴리실리콘 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는 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