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사람으로 시작한 창업…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인터페이스 선보일 것”
“자취생 시절 가족과 TV를 보던 게 그리웠다.”
TV 보던 기억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 있다. 부모님과 악역을 욕하거나 친구와 어울려 보던 기억에 배인 냄새다. 청년창업가 이두석(28) 대표는 그런 시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티버(TVER)’라고 부르다. 이 대표는 티버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TV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티버는 30여개 채널별 게시판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한 번 클릭으로 원하는 채널 게시판에 들어갈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티버 유저는 채널별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게시글에 들어가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TV시청 중 정보탐색 경험이 있는가’를 묻는 조사 결과 4만명 중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은 52%를 차지했다. 이씨는 “티버는 TV를 보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때문에 단절된 소통을 티버로 회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역에서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건장한 체격에 말끔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경직된 미소로 자신을 ‘흙타트업 파트너’라 소개한 뒤 양재역 인근 성문빌딩 안 사무실로 안내했다.
혼자서 사무실 내 4개 자리를 쓰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다. 4명 이상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티버 사옥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지금은 규모가 적어서 혼자 4자리를 쓰고 있다.
많은 창업가가 사무실 임대 비용에 골머리를 앓는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주위에 수소문해 얻어냈다. 스타트업 한 이후로 나쁘게 말하면 주위 사람을 이용하고 있다. 투자자의 아버지가 사무실을 내줬다. 스타트업에서 지인 활용은 유일하고 절박한 수단이다.
투자자 8명 모두 공동 창업자인데.
처음엔 자금이 없어 지인에게 연락해 티버에 투자하라고 삼고초려했다. 그 다음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티버가 잘 되도록 일하라는 식으로 뻔뻔하게 굴었다. 그렇게 투자자들 모두가 공동창업자가 되었다. (웃음) 운영팀은 군대 선임 2명과 그 중 한 분의 아내다.
IT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건 개발팀이다.
개발팀을 꾸린 과정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기간 안에 앱이 만들어지려면 개발자 2~3명이 필요하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개발자 한 명만 고용하려고 스타트업 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그렇게 만난 한 분이 티버의 아이디어를 맘에 들어 해서 자연스럽게 공동창업자가 됐다. “혹시 주변에 개발을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개발팀을 꾸렸다. 일을 시키려다가 일을 같이하게 된 셈이다.
이두석 대표는 "티버가 혼자 TV 보는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진=임슬아 기자
자신을 CEO가 아닌 흙타트업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투자자 8명 정도면 ‘금타트업’ 아닌가.
초기에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 막막했다. 할 수 있는 건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 끈질기게 설득했다. 무작정 찾아가서 밥 먹자는 식이었다. 한 사람당 10번은 찾아갔던 것 같다. 신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같이 일하게 된 형이 “사람보고 시작했다”라고 말하곤 한다. 지금은 투자자 수가 많아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 버틸만한 정도다.
보통 스타트업은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일하는데.
공동창업자 8명 모두 각자 본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다.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는 일은 혼자서 하고 있다.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들은 창업에 같이 올인하지만 가진 돈을 전부 투자하는 만큼 부담감이 크다. 티버 공동창업자들은 본업의 특성을 살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속도는 더딜 수 있지만 조급해 하지 않아 오히려 분위기가 좋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어 좋다.
학부 시절에도 창업을 생각했었나.
학부 시절은 스타트업이 생소했던 시기였다. 막연히 창업하고 싶었다. 제조업에 뛰어들고 싶었는데 초기투자비용이 너무 컸다. 어플리케이션 쪽은 저비용으로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가족 모두 창업가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사업가다. 여동생은 블로그 의류 마켓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에코백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주변 환경이 창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떠올렸는가.
학부 시절 자취를 했다. TV를 혼자 보니 너무 외로웠다. TV 보며 이야기하는 게 그리웠다. 예전에는 가족이 모여 TV를 같이 보는 게 흔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의 미디어 환경은 아버지는 뉴스를 보거나 어머니는 드라마를 보는 식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단절한 소통을 티버로 다시 연결하고 싶었다.
다른 유사 플랫폼과 다른 티버만의 강점이 있다면.
클릭 한 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돼있는 인터페이스다. 티버는 한두번 클릭해서 바로 TV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다.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 과연 티버를 이용할까.
베타 서비스는 티버의 정체성인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정규 서비스에서는 TV를 안 보는 사람을 유입하기 위한 방안을 선보이겠다. 개발팀이 약 5개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티버는 채널별 게시판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끝나도 게시글이 계속 올라온다. 게시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을 최상단에 배치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티버 외에도 다른 창업계획이 있는가.
다른 창업 아이템도 준비하고 있지만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지금은 티버에 몰두할 때이기도 하다. 나중에도 다른 창업을 계속 할 생각이 있다. 아이디어가 많다.
창업가로서 최종 목표는.
목표는 멀어진 사람들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거다. 1인 가구, 독거 노인 등 소외된 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