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거래로 인한 경영리스크 증가…열쇠 쥔 중국 금융당국 동향 모니터링 강화해야

 

 

1980년대 중반 원유시장과 2010년 전후 철광석 시장 비교. / 자료=포스코 경영연구원

 

최근 중국 내 철광석 선물거래가 급증하면서 철광석의 금융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광석이 금융화되면 투기성 거래 등으로 인한 가격 왜곡으로 철강업체들의 경영계획 수립과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철강업계가 철광석 금융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실화되고 있는 철광석 금융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다롄상품거래소(DCE) 내 철광석 선물거래가 최근 급증하면서 철광석의 금융화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철광석의 금융화 어디까지 왔나’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of commodities)는 원유, 금속, 곡물 등 상품 시장에서 금융 부문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선물, 옵션, 스왑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금융 시장 자금이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면서 금융화가 진행된다. 원자재 가격은 일반적으로 수급, 재고, 기후 등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금융자본이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면 가격이 금융 요인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광석 시장은 지난 2010년 전후로 현물거래 규모가 증가하고 거래가격 결정 체계가 변하는 등 지난 1980년대 원유시장에서 나타났던 금융화 기반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선물시장 확대 및 거래량이 급증하고, 수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격변동이 나타나는 등 실제로 금융화가 진행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철광석 시장은 BHP빌리턴·리오틴토·발레 등 이른바 Big 3 주도의 공급자 시장이었으나, 공급과잉으로 전환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현물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전체 수입량 중 현물 규모가 지난 2005년 9500만 톤에서 지난해 4억톤까지 증가하는 등 중소형 철강사와 유통상을 중심으로 현물거래가 활성화 되고 있다. 철광석 전체 거래량 가운데 현물거래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철강사들도 현물구매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가격 결정체계도 변했다. 과거에는 철강사와 광산업체가 쌍방 간 협의에 의해 연간 고정 가격이 결정됐으나 지난 2010년 이후에는 플래츠(Platts), TSI 등에서 발표하는 고시 가격이 기준이 됐다. 가격의 결정 주기도 연간에서 분기, 월 단위로 단축되며 철강사와 원료사들이 가격 변동성에 더욱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철광석 선물시장 확대와 함께 아시아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급격한 가격변동이 나타나는 등 실제 금융화가 진행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SGX)를 비롯해 전 세계 거래소에서 철광석 관련 파생상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상품도 다양화되고 있다.

철광석 선물거래는 가격 변동성 증가와 맞물려 헤지 및 투기목적으로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초 철광석 가격이 급등락함에 따라 SGX, DCE에서 모두 사상 최대 물량의 선물거래가 이뤄졌다. DCE에서는 증거금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철광석 가격변동성은 5년전보다 3배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하루에 19% 폭등하기도 했다.

◇철광석 금융화, 철강사에 부담…금융화 제약요소도 상존

이러한 금융화는 직접적으로 해당 원자재를 생산하거나 구매해야 하는 관련 기업에게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우선 상품 가격 왜곡으로 기업 경영계획 수립과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또 시장 정보가 금융 시장을 통해 즉각 원자재 가격에 반영돼 등락폭이 크게 나타난다. 원자재 가격 변동은 기업이 향후 지급하거나 받을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 아울러 실시간 가격 노출로 철강업체들은 시장에서의 협상력이 약화된다. 즉 원가구조가 노출되면서 제품시장이나 원료시장에서의 가격협상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다만 철광석 금융화가 원유처럼 고착화되기에는 제약요소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DCE는 아직 외국인 거래가 제한돼 DCE 가격이 글로벌 기준 가격으로서의 수용성이 낮은 상황이다. 또 철광석 거래가격 결정체계가 원유시장과 달라 철강사들이 가격 결정 과정에서 노출되는 위험요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있다.

정유사의 경우, 거래 관행상 원유 주문 시점에 결제할 원유 가격이 결정되지 않아 결제 시점까지 가격 변동성에 노출됨으로써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철광석 가격은 대부분 전분기 또는 해당분기 평균 가격으로 결정되면서 가격 변동이 자연 헤지(natural hedge) 되는 효과가 있다.

이에 현재는 시장활성화를 위해 참여해야 하는 대형 철강사와 원료사의 참여 유인이 적은 상황이다. 철광석 스왑 시장 중 철강사들의 참여는 5%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철강사들, 금융화 대비해 대응 나서야

포스코 경영연구원은 최근 철광석 금융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금융업계와 원료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현물시장 발달, 금융상품 개발, 전자 상거래 체계 확립 등 철광석 금융화를 위한 여건은 이미 조성된 상태다. 특히 철광석 금융화의 열쇠는 중국 금융규제 당국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원료 메이저 공급사들도 월 단위 등 단기 가격결정 구조로의 전환을 철강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철광석 거래가격의 현물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철광석 금융화의 중요 이해관계자로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의 최용혁 수석연구원은 “중국금융의 글로벌 시장 편입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철강사들이 중국 금융시장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DCE 단계적 개방에 대비해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또 철광석 가격 예측시 금융요인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금융 요인이 추가되면서 철광석 가격 전망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아울러 “정유사 등 원유시장의 금융화 과정에 적응해 온 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전문성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거래는 위험 요인을 증가시키는 만큼, 파생상품시장 참여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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