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찬반 투표 가결…9월 23일 은행 업무마비 초유의 사태 예고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해고연봉제 저지·관치금융 철폐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사진=뉴스1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발생한 금융권 노사 대립이 총파업으로 치닫게 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정부와 은행연합회가 강행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쉬운 해고'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9월 총파업이 은행 업무마비 등 강도 높은 수준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전체 조합원 9만5168명을 상대로 파업에 들어갈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95.7%의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9만5168명 중 8만2633명(투표율 86.8%)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7만9068명(95.7%)이 찬성했다.

높은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다고 밝힌 금융노조는 20일 오전 은행회관 건물 1층 로비에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금융노조 간부 150∼200명이 모였다. 금융노조는 이 자리에서 하반기 총파업에서 성과연봉제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 이는 금융노동자가 사측의 바람대로 저성과자 강제퇴출제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고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을 결의한 것"이라며 "정권과 사측의 성과연봉제 요구를 거부하고 관치금융을 철폐하기 위해 결사항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노동자에게 실적경쟁을 부채질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금융산업을 부실화하는 관치금융 철폐 및 낙하산인사 저지, 고용안정과 양성평등 등 조합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의 파업결의는 지난 2014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금융노조는 정부의 금융공기업 복지축소 방침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갔다. 나기상 금융노조 대변인은 "당시 시중은행은 금융공기업에 대한 지원 성격으로 은행 업무를 제외시킨 파업에 돌입했다"며 "이번 파업은 2년 전과 다르다. 공공부문에서 정부 압력에 의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 것을 확인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름휴가가 시작된 와중에 치러진 투표란 점을 고려하면 금융 조합원들이 성과연봉제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며 "금융공기업처럼 시중은행도 노사관계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날치기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킬 수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금융인들의 임금체계와 고용위기가 직결된 것이다. 금융노조 파업투쟁이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금융노조는 9월23일 대규모 파업을 통해 은행 서비스가 중단돼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는 있지만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이번 총투쟁에는 금융공기업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폐기를 요구하며 오는 9월23일 1차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이용우 기자

 

이같이 금융노조는 9월 23일로 예정된 총파업은 예년과 다르게 전 영업점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총파업 전까지는 매주 지부 순회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동시에 각 은행에서 성과연봉제 항의 단체복 착용, 정시 출퇴근, 점심시간 동시 사용 등 여러 쟁의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문호 노조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 종사자가 고액 연봉과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장생활 30년을 한 직장인이 1억 연봉 받는 사회가 잘못된 사회냐"며 "일한 노력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의 생명이 달린 임금을 마음대로 삭감하면서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려는 정부와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은행 경영이 악화된 것은 고액 연봉 때문이 아니다. 경영진의 무능력과 부실경영 때문"이라며 "조선, 해운 부실경영만 봐도 정부와 경영진의 무능력이 원인이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경영 부실 책임을 성과연봉제를 통해 노동자에게 전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이번 주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같은 직급끼리라도 최대 40%까지 연봉이 차이가 나게 된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초기에는 관리자 급의 경우 30% 이상 연봉 차이를 두고, 일반 직원은 20% 이상 두지만 이를 점차 늘려 40%까지 벌린다는 계획이다.

성과급 보상에서 개인평가의 비중을 20%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일반 직원을 평가하면서 영업점 단위의 집단 실적평가만 적용하고 개인평가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이른 시일 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시중은행이 사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노조와 이를 토대로 계속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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