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패널티, 인센티브 제도 개선 시급"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맞붙은 FC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의 대결.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빌바오는 유로파리그에서 8강에 진출했다. / 사진=시사저널

 

FC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 축구팀은 스페인 지역 주민의 자랑이다. 스페인은 지역별 특색이 강하다. 역사적으로 지방자치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스페인 정부는 세목과 세율을 정하는 권한이 지방 정부에 이양했다. 재정운용상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지방자치제도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이다. 지방 재정은 중앙이 강력하게 통제한다. 또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사회복지업무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탓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운용상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다. 내년도 지방재정개편안은 이같은 흐름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재정 운용 면에서 지자체의 자율성이 커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재정 통제, 지방자치의 걸림돌

중앙정부는 지방의 부족한 세원을 메우기 위해 지방교부금을 나눠준다. 문제는 현행 지방교부금 배분 방식이 지역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인구, 면적, 행정구역 수 등 몇 가지 변수를 반영하는 공식에 따라 교부금을 배분한다. 그런데 변수가 너무 많은데다가 공식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담당 공무원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공식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교부금 개편 방안 세미나에서 이원희 한경대학교 교수는 “교부금 산정 공식이 너무 복잡하다. 공식에 따라 산정된 교부금이 지역 행정수요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검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패널티,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지방재정 자율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앙이 이관한 사무를 잘 이행하는 지방에는 다음해 지방교부금을 더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교부금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교부금을 지역주민들 수요에 맞게 집행하기 보단 중앙정부사업에 주도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은 올해 지방교부금이 36억원 삭감됐다. 

김흥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센터장은 “진정한 지역간 재정형평성은 지역 주민들의 수요에 따른 차등적 공급이지, 일률적인 공공서비스 공급이 아니”라며 “정부가 표방하는 재정형평성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도 “교부금 배분방식에 타당성이 높지 않다. 행정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지방재정 자율성 개선되자 재정건전성  향상

일각에선 정부가 지자체에 예산운용상 자율성을 늘려줄 경우 지방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지 않을지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자립도와 국가 재정건전성의 상관관계로 단순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재정건전성은 각 나라의 행정시스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병호 부산대학교 교수(한국 재정학회 회장)는 “지방자치제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은 주정부가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중앙이 연방정부를 거의 통제하지 않고 자율성을 주고 있다. 한국은 중앙이 지방에 대해 통제를 많이 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 스스로도 채무를 늘리지 않으려는 유인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스위스는 미국과 달랐다. 스위스는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재정건전성도 개선됐다. 이기우 인하대학교 교수는 “스위스는 지역 재정을 주민들이 통제한다. 그래서 스위스의 채무나 세율은 둘 다 낮다”며 “지방분권화하고 주민통제 강화하면 재정효율성이나 부패가 감소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한국은 중앙정부가 지역간 재정 격차를 조정하지만 스위스는 일차적으로 주끼리 먼저 조정한다. 그런 후에 연방정부가 보충적으로 격차를 조정하게 된다”며 “지방끼리 주고 받는 재원이 비중도 크고 중요하다. 지방자체제도에선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하향식 예산 배분이 아니라 지역간 자율적인 재정조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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