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점유율 유지, D램가격 상승 기대해야"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이 완화하면서 증권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고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면서 이제는 사상 최고치인 주당 158만4000원에 근접해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상승이 ‘깜짝’으로만 끝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실적이 2분기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 탓이다. 우선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원가 경쟁 압박도 심화하고 있다. 디램(DRAM) 가격이 쉽사리 회복되고 있지 않고 있다. 3D낸드플래시 점유율 유지 여부가 지켜봐야 한다.
◇ 실적의 힘, 52주 신고가 경신
삼성전자가 연이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일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전후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4일에는 150만원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으로 1년 4개월 만에 150만원대에 진입했다. 15일에는 151만8000원을 기록하며 역시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음 거래일인 18일에도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0.99% 상승한 153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19일 장중에는 154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는 외국인이 앞장섰다. 실적 발표일인 7일 이후 외국인은 12일을 제외하곤 순매수로 일관했다. 12일 순매도액은 2억34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만 7797억원어치에 이른다. 반대로 기관과 개인은 각각 4718억원, 4481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외국인을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공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 7조원대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로 올라서기는 2014년 1분기(8조4900억원) 이후 9분기 만이다. 스마트폰과 소비가전(CE) 부문이 호실적을 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까닭이다. SK증권, 신함금융투자는 각각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각각 186만원, 18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외에도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하면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최소 155만원에서 최대 190만원까지 확장된다.
◇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량 둔화와 원가 절감 압박 극복할까
주가 추가 상승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특히 2분기 실적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부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15억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7%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화한 2009년 이후 8년만에 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 파이가 크지 않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 전망에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와 맞물려 부품원가(Bill Of Materials·BOM)를 떨어뜨려야 하는 것도 삼성전자에겐 부담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디스플레이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반도체 관련 부품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전체적인 스마트폰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 결국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제조 원가를 낮춰 마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IT 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률은 2013년 13%에서 2015년 9.8%로 떨어졌다. 경쟁사인 애플 영업이익률 31.86%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북미버전 기준 갤럭시S7 32GB 부품 원가는 249.55달러로 애플 아이폰 6S 부품원가 187.91달러 보다 60달러 가량 많다. 성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갤럭시S7 소매가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7.1%로 애플 28.9%보다 높다.
◇ 관건은 D램 가격, 낸드플래시 점유율 유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면 아직 반도체 시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정보 저장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의 가파른 수요 성장에 힘입어 상승세다. 낸드플래시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최근 D램 수요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다만 낸드플래시 메모리 경쟁자들이 뒤따라 오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이 분야 2위 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2분기 점유율은 24%에서 28%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점유율 42.6%인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격차는 직전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14.6%대로 좁혀졌다. 여기에 미국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역시 경쟁력을 높이면서 삼성전자 뒤를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양산한 3D낸드플래시 부문 역시 경쟁자들이 뒤따라 붙고 있다. 도시바는 정보저장장치 생산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과 손잡고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17조원을 투자키로했다. 마이크론은 인텔과 손잡고 3D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D램은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2분기 들어 D램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드라마틱한 D램 가격 반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D램 시장조사업체인 DRAMeXchange에 따르면 D램(DDR3 4GB) 6월 현물 평균가격은 1.5달러 수준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 3분기 평균가격 2.5달러 수준에 아직 모자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과는 반대로 삼성전자가 52주 신고가를 올린 데는 애플에 없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더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선 3D낸드플래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